아프리카의 동쪽 인도양 망망대해에 있는 섬 모리셔스에 다녀오는 비행 중에 부사무장 베샨이 조종실을 찾아왔다.
오늘 그는 후방 겔리를 담당하고 있다. 777의 맨 끝 꼬리 부분에서 맨 앞 칵핏까지 '아주 먼 거리'를 걸어온 것이다.
비행 중에 부사무장이 직접 조종실을 방문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승객과 관련한 문제다. 승객 중 누군가가 심하게 아파 회사 의사의 컨설테이션이 필요하거나 가끔은 승객들의 특별한 요청을 기장에게 대신 전달해 주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베산. 승객들은 어때요? 뒤쪽 이코노미가 오늘 만석이라 힘드시죠?"
"네. 조금 바빴지만 이제 식사 서비스는 끝났어요. 착륙 전에 한 번 더 서비스가 있지만 라이트 바이트(가벼운 간식을 이곳에서 부르는 용어)라 부담은 적어요."
이렇게 인사를 나누며 그를 돌아보니 옵서버 시트에 앉은 그의 무릎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그건
초록색 공룡인형이었다. 하얗게 삐죽삐죽 이빨도 드러나 있고 노란색 가로 줄무늬가 들어간 티셔츠까지 입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무섭게 생긴 그렇지만 귀여운' 초록색 봉제 인형이었다.
"사실은 이커노미 37D에 꼬마 승객이 전하는 부탁이 있어서 들어왔어요. 이 아이는 늘 이 공룡인형과 같이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해요. 오늘은 공룡에게 에미레이트 777 조종석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해서. 공룡이 이곳에 왔었다는 기념사진을 찍어 주실 수 없을까요?"
특별한 부탁과 함께 꼬마의 부모는 자신의 핸드폰까지 같이 보냈다.
노랑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초록색 꼬마 공룡은 그의 친구를 대신해 칵핏의 여러 곳을 배경으로 1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운 좋게도 마침 화장실에 나간 부기장의 좌석에도 앉아보았다.
잠시 후 돌아갈 인형의 티셔츠에 들고 있던 에미레이트 볼펜을 끼웠다.
파커 펜 타입의 검은색 몸통에 금색으로 회사 로고가 프린트되어 선물로 적당해 보였다.
"아이에게는 캡틴이 오늘 비행 중에 쓰던 볼펜이라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