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Nov 08. 2022

경고 '연료 부족'


몇 가지 실수를 연거푸 하더니 비행을 마친 부기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

혹시 이럴까 싶어 중간중간 칭찬도 해 주었건만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다.


짧고 어려운 비행이었다. 그 정도면 잘했는데 스스로는 용납이 안 되는 눈치다.


부기장들 중에 연료 판단을 짧은 시간에 할 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오늘 그는 중간중간 머리가 하얘졌을 것이다.


콜럼버스에서 시카고 오헤어까지 1시간 남짓한 비행에서 예상치 못하게 이륙 허가가 늦어지더니  급기야


지상에서 '연료 부족 Insufficent Fuel' 경고가 시현됐다.


이러면 지금 이후로는

만약 오헤어에서 고 어라운드를 하면 대체공항으로 회항하기에 연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짧은 순간에 상상을 통해 머리속에 비행의 전체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빠르고 냉철한 상황판단능력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이륙한다면 예상되는 착륙 후 연료 잔량을 빠르게 예측해 내야 한다.


미니멈 퓨얼(주의단계)과 메이데이 퓨얼(비상단계)을 선포할 가능성과 그 이후 내가 이륙을 강행했던 것이 합법적이었다는 걸 증명할 논리와 규정이 필요하다.


오늘 실제 오헤어 착륙 연료는 5.4톤이었다. 평소보다 1~2톤 적지만 비상연료(Final Reserve Fuel)까지는 아직 2톤 이상 여유가 있었다.


중간에 연료 부족을 이유로 남쪽에서 올라오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쪽인 남쪽 활주로에 착륙하자는 그의 판단도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 경우 공항 북쪽의 화물램프와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자신의 판단이 틀렸거나 너무 늦었다는 자책을 했을 것 같다.


비행 내내 뒤에 앉은 동료 기장 엔드류는 순간순간 양쪽 엄지를 치켜세워 내 연료 판단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장이 임의로 추가 연료를 거의 실지 않는 이곳에서


연료 판단은 보통 기장과 부기장간에 상황판단능력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는 어려운 영역이다.

작가의 이전글 햄버거를 주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