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사의 777이 정비문제로 몇 시간째 출발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당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은 한국의 김포공항처럼 야간에 공항이 문을 닫는 통금시간이 있었는데 정비문제가 해결된 후에 크루들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승객보딩을 통금시간까지 맞출 여지가 없어 보였다.
불안한 마음의 기장과는 달리 지점에서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기장님.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밤 반드시 출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만 믿으세요."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기장이 비행허가를 담당하는 클리어런스 딜리버리 관제소를 불렀다.
"아, 딜리버리! 우리 푸시백 타임이 공항 커퓨타임 이후가 될 것 같은데 문제가 없을까요?"
퇴근할 시간이 임박해서인지 관제사의 말투가 퉁명스럽다.
"000! 오늘 공항은 예정대로 폐쇄됩니다. 이륙은 불가능해요. 승객 보딩하지 마세요."
당황한 기장이 다시 지점직원을 불러 확인을 했지만 대답은 여전히 확신에 차 있었다.
"저희만 믿으세요."
결국 통금시간을 훨씬 넘겨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350명이 넘는 승객 보딩을 마치고 마침내 비행 허가를 받기 위해 관제소를 다시 불렀다.
그런데 웬걸,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비행허가를 바로 내어준다.
"무슨 일이지?"
불과 한 시간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이 항공기는 아무런 '저항'없이 통금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을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었다.
점차 고도를 올리며 기장과 부기장이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디파쳐(출항)관제사가 항로 관제소로 주파수를 넘겨주기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항공기를 불렀다.
"000 제가 주파수를 넘겨주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정말 그 항공기에 '마라도나'가 타고 있나요?"
"아~~ 예. 일등석 승객에 마라도나가 타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부에노스 공항 관제소 직원들이 마라도나에게 사랑한다고.. 또 오늘 무사히 보내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전해주시겠어요?"
"네. 물론입니다. 꼭 전해드릴게요. 오늘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기장은 일등석에 내려가 키 작은 마라도나에게 관제사들의 인사를 직접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