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태어나 내가 처음으로 자아를 인식했을 때가 오늘 같았을 것 같다.
아테네는 하루 종일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다.
열어 둔 창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아득함을 느끼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을 떠날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아쉬울까?
슬플까?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거나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때가 와도 나는 잘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제저녁 뉴악공항에서 출발하기 위해 승객들이 대기하던 65번 게이트에 들어서는데 먼저 도착한 크루와 얘기를 나누던 한 승객이 내게 거의 뛰어오듯 반갑게 다가선다.
"기장님 우리 지난번에 아테네 비행 같이했어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아~~ 예. 기억나요."
일단 얼버무렸지만 익숙한 얼굴인 것 외에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우리 주세페하고 같이 나가서 식사하고 제가 샐러드도 치즈 가득 넣어 만들어 드렸잖아요."
어렴푸시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 사실 오늘 두바이로 돌아가 사직하게 돼요. 얼굴 보고 바로 알아봤어요. 기장님 당신은 참 좋은 분이에요. 감사드리고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마지막엔
양손을 벌려 그녀를 꼭 안아주고 보냈다
사실
가끔 벌어지는 이런 일이 나를 안심시킨다.
'난 잘 살고 있다. 이번 생 잘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