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Oct 24. 2023

잘 살아내고 있다.

마치 태어나 내가 처음으로 자아를 인식했을 때가 오늘 같았을 것 같다.

아테네는 하루 종일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다.


열어 둔 창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아득함을 느끼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을 떠날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아쉬울까?


슬플까?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거나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때가 와도 나는 잘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제저녁 뉴악공항에서 출발하기 위해 승객들이 대기하던 65번 게이트에 들어서는데 먼저 도착한 크루와 얘기를 나누던 한 승객이 내게 거의 뛰어오듯 반갑게 다가선다.


"기장님 우리 지난번에 아테네 비행 같이했어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아~~ 예. 기억나요."


일단 얼버무렸지만 익숙한 얼굴인 것 외에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우리 주세페하고 같이 나가서 식사하고 제가 샐러드도 치즈 가득 넣어 만들어 드렸잖아요."


어렴푸시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 사실 오늘 두바이로 돌아가 사직하게 돼요. 얼굴 보고 바로 알아봤어요. 기장님 당신은 참 좋은 분이에요. 감사드리고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마지막엔


양손을 벌려 그녀를 꼭 안아주고 보냈다  


사실


가끔 벌어지는 이런 일이 나를 안심시킨다.


'난 잘 살고 있다. 이번 생 잘 살아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에 진심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