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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켑틴 제이 Nov 21. 2019

Remove before Flight


REMOVE BEFORE FLIGHT

“Positive Climb! (상승 중!) 부기장의 날카로운 외침에 기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Gear UP”(랜딩기어 레버를 올림)을 따라 외쳤다.

부기장의 손이 전면 계기판 중앙에 불쑥 튀어나온 레버, 그 끝은 하얀색 타이어 모양으로 둥글고 뭉툭한 Gear Lever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잡아 쥐고는, 이제는 너무 익숙해 인식하지도 못한 채, 살짝 잡아당겨 Lock을 풀고는 엄지손가락까지 세운 채 위로 들어 올린다.
….
하지만 순간 무섭게 조용하다. 레버를 올리고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평상시 같으면 날카로운 유압모터 소리와 수 톤에 이를 노즈 기어 Strut가 접히면서 Landing Gear Bay 안으로 들어가며 만들어 냈을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 ‘무서운 정적’이 수초 간 흐르고 있다.

참지 못하고 말이 먼저 튀어나온 건 부기장이었다.

“다시 내렸다가 올려 볼까요? 기장님?”

당황스러운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목소리에 묻어난다.

“그래.”

차분한 척 맹숭하게 레버만 올라간 중앙 계기판을, 한번 슬쩍 바라보고는 기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손을 죽 뻗어 타이어 모양의 뭉툭한 레버 끝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쥐어 잡은 부기장의 손이 이젠 가볍게 떨린다.

“제발~~”그는 순간 속으로 기도하고 있다.

그리곤, 기어 레버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힘을 실어 뽑아 내릴 듯 아래로 옮겼다.

“하나, 둘, 셋”

평상시 같으면 속으로 읊조렸을 이 말을 지금은 기장도 들을 만큼 입을 열어 큰소리로 세고 있다.

그리곤, 마치 힘을 주어 올리면 지금 내려가 꿈쩍 앉는 10t 무게의 두 개의 메인 기어와 노즈 기어가 올라가 주기라도 할 것 마냥, 힘을 주어 부러지라 다시 위로 들어 올린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제야 기장은 전면 Mode Control Panel에 검은 사각형 버튼을 오른손을 뻗어 두 번째 손가락만으로 누르며,
“Auto Pilot On(자동 비행 장치 작동)”

침묵이 수초 간 흐른다. 이제는 상황이 명확하다.
오늘 그들은 Gear를 공중에서 올릴 수 없을 것이다.

“김 기장, ATC(관제사)에게 알리고 우리 홀딩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줘!”

평상시 같으면 지금쯤이면 이륙을 위해 나와 있던 Gear와 Flap을 모두 올리고 조종사들이 말하는 Dirty 한 상태에서 벗어나 Clean 한 외장을 만들고는 시원스럽게 300 나트까지 가속해 순항고도로 치고 올라가고 있을 때지만, 지금 그들은 아직 올리지 못한 Landing Gear 때문에 가속도 상승도 포기한 채 홀딩 패턴에 들어가 Trouble Shooting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막 관제사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부기장에게

“I have a Radio, 의자 뒤로 빼고 저 뒤쪽에 Landing Gear Pin Box 좀 확인해 줄래?”

기장의 목소리에 이젠 노기가 서려 있다. 부기장을 향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에 대한 노여움이다.

“위이이~” 전동 시트의 모터 소리가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몸을 빼낸 그가 기장석 뒤의 옵서버 시트에 한쪽 팔을 기대고 허리를 숙여 기어 핀 박스를 내려다보고는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말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핀이 없습니다. 기장님”

별 쓸모없는 헛소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너 지상에서 점검 안 했어?”

그들의 머릿속엔 순간 바람에 요란히 흔들리고 있을 “Remove Before Flight”라고 쓰인 빨간 Gear Pin Streamer 가 떠오른다. 그들의 마음도 따라서 어지럽다.

이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상황을 회사에 알리고, 사무장을 불러 기술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가 착륙해야 한다고 애매하게 일단 둘러댈 생각이다. 승객들에겐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가슴을 조이는 수치심이 절정에 달한다.

Fuel Jettison에는 약 30분이 소요될 것이다. 버려야 할 총 연료 무게는 70여 t 착륙 중량은 최대 착륙 중량을 약 20t Over 한 상태에 맞출 생각이다. 그 정도는 간단한 점검 후에 바로 이륙할 수 있다. 물론 지연된 시간으로 크루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오늘 내가 왜 Gear Pin이 없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까?”

연료를 제트슨 하는 시간 동안 하릴없이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자책에 조종사들은 긴 시간 미간이 일그러진 채 말이 없다.

사고조사가 있을 것이고 처벌은 피할 수 없다. 조사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그 둘은 비행에서 배제될 것이다.

정비사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누군가는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회사에도 최소 수억 원의 과징금 청구서가 배달될 것이다.

=================
16년 민항 생활 동안 주위에서 위 상황을 보거나 들은 것이 5번 정도, 전 세계적으로는 수개월에 한 번씩 보고되는 흔한 실수입니다.

끝으로 기어 핀과 관련한 우화를 소개할게요.

While taxiing out in sequence behind a Lufthansa airliner at Frankfurt, a C-130 crew noticed an orange “Remove before flight” streamer hanging out of the Lufthansa nose wheel well (their nose gear locking pin was still installed). Not wanting to cause too much embarrassment by going thru the controller, the 130 crew simply called the Lufthansa aircraft on the tower frequency: “Lufthansa aircraft, Herky 23.” No reply.

They repeated the transmission and again there was no reply. Instead, the Lufthansa pilot called the tower and asked the tower to tell the Herky crew that “the professional pilots of Lufthansa do not engage in unprofessional conversations over the radio.”

The 130 pilot quickly replied, “Frankfurt tower, can you please relay to the professional pilots of the Lufthansa aircraft that their nose gear pin is still instal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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