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각하곤 흠칫 놀랍니다.
“이런 내가 하늘을 날고 있어!” ㅋㅋㅋ
승객이 없이 텅 빈 777을 이륙시킬 때 이륙을 위해 조종간에 힘을 주어 당겨 올리는 속도 VR(ROTATE SPEED)는 135 나트입니다.
우리 같이 상상해 보실까요?
활주로 위에 얹은 777 조종석에 앉아 저 멀리 지평선과 맞닿은 활주로 끝과 그 위 너울거리는 낮은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 이륙을 위해 TOGA 버튼을 누릅니다. 시작은 조금 빠른 템포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엔진이 RPM을 높이면서 거대한 777이 굴러 나갑니다. 이때 첫 느낌은
“투울~ 다시 투울” ㅋㅋ
아주 천천히 엔진이 가속되면서 처음엔 의심이 들 정도로 한참을 굴러갑니다.
이륙을 위해 전체 활주로를 최대한 활용하는
통상 이륙 시 최소한의 추력만 사용하는 Assumed Temperature 방식에 의해 계산된 이륙 속도는 전혀 서두를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이 11만 파운드 제너럴 일렉트릭 GE90 엔진의 추력을 단 60%만 사용한 채
‘천천히 천천히’ 마치 시장에 다녀오는 길, 콧노래를 부르며 달구지 굴러가듯이 하얀 에미리트 보잉 777이 활주로 위를 굴러갑니다.
“에이티 (80) 나트”
한참이 지나고 드디어 부기장의 속도 콜이 들리면 이제 우리의 시선은 이륙을 위해 당김(RATATE) 하는 속도 VR과 같이 붙어 있는 결심 속도(V1)에 자연스럽게 잠시 머물다 다시 활주로를 그윽이 바라봅니다.
처음도 아닌데
“이 녀석이 정말 그 속도에 내가 당기면 뜰까?”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곧 여지없이 그 순간은 다가오고 부기장의 다부진 CALL OUT “Rotate(당기세요)”를 들으면서
16년 전 처음 민항에 나와서 배웠던 그대로 여전히 속으로 숫자를 셉니다.
“하나~, 두울~ , 세엣~ , 넷 ~”
1초에 2도씩 피치를 올려 4초에 자세계의 8도에 항공기의 피치를 올리고 지금 50m 뒤 나의 메인 기어 제일 끝 타이어가 지면을 미끄러지듯 앞으로 딸려 나아가면서
마침내 부양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이렇게 부양을 시키면 뒤에 탄 승객들은 사실 항공기가 부양했는지 조차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륙 활주를 시작하며 객실 바닥을 울리던 덜컹거리던 진동이 어느 순간 ‘스윽’ 하며 사라지는 느낌이 들뿐
777이 지면을 떠난 것을 적어도 수초 간은 알아 채지 못합니다.
갑자기 조용해진 느낌에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
그제야 이미 한참 고도를 취한 것을 자각합니다.
135 나트에서 무게 200t의 777을 부양시키고 느끼는 ‘희열’ 은
“아~ 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이렇게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다니~ ”입니다.
아무리 항공역학을 들이대고 나의 키만큼 높은 GE90 엔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출력에 몸이 떨려도,
여전히 그처럼 ‘저속’에서 고개만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인데,
너무나도 사뿐히 날아오르는 777은
조종사인 저에게도 매번 ‘전율’입니다.
오 나의 ‘머스텡’ 전 이 녀석과 평생을 같이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