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조금만 더 미루자!

by 김호양이

아니, 이젠 정말 가야한다.


프라하 성에 도착하기 직전

내가 왜 지금까지 프라하 성에 오는 것을 미루고 미뤄왔는지 깨달았다.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나 마냥 미적거리다가

아무 트램이나 집어나고는 괜히 프라하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방향이 맞는지도 의식하지 않은 채, 갈아타고 또 내려서 갈아타고

이름도 모르는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 선물용 물건을 몇 개 사고

그리고 또 트램을 탔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프라하의 어느 동네. 트램이 이끄는 대로, 발길 닫는 대로

관광정보 속에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진짜 프라하 사람들이 사는 동네도 보았고

반면, 정말 유명한 곳이지만 관심이 없어서 가지 않았던 명소도 우연히, 운명적으로, 본의 아니게, 가게 되었다.

어제의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갔는지, 바람이 불고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점심때가 지났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나는 필사적으로 베트남 식당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프라하 성에 가기 위해 이제라도 체력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했건만

15분이나 걸어가야 하는 베트남 음식점을 향해 주저없이 걸어가고 있었던 거다.

가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샐러드 집, 샌드위치 집, 중국집, 피자 집이 있었지만 아주 잠시 망설였을 뿐, 나는 기어코 목적지를 향해 갔다.

꼭 베트남 국수를 먹어야 했다.

결국 뜨끈하고 매콤한 베트남 국수를 먹으면서, 나의 정신상태가 전장에 나가는 용사의 그것이라는 걸 알았다.

엄두가 안 났던 거다. 그 전투를 잘해 낼.

그래서 미루고, 핑계를 대고, 다짐을 하고, 바람부는 날 뜨근한 국수로 나를 달래가며

결국은 프라하 성에 도착했다.

저 담을 지나면 드디어 프라하 성의 관내로 들어가게 된다.

오후 두 시,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산꼭대기의 성.

날씨 탓이었는지, 늦은 시간 때문이었는지, 결의가 무색하게도 한산했다.


성의 문으로 들어가며 나는 성(城)의 저자인 카프카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도 성이 무서웠나요?

아니 정정하자.

당신 때문에 성이 무서워서 결국 이제야 왔잖아요.

이렇게 바람 불고, 비 오고 추운 날,

시간이 늦어서 오디오가이드도 안 빌려준다잖아요!

<에필로그>

춥긴 했지만, 한산한 프라하 성을 어찌나 재미있게 보고 왔던지...

16세기, 프라하 성 직원들의 실제 거주지, '황금소로'의 집들은 미니어처인가? 오해할 만큼이나 작았다.

뭐야? 귀엽잖아...하다가 왠지 서글퍼지는.

황금소로의 어느 집

그 중 프란츠 카프카가 1920년대에 집필실로 썼다는 22번지 집은 현재 기념품점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나의 원망에 대한 카프카의 해명이나 위로는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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