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길을 찾는 데 젬병인지라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가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행연습을 하기로 한다.
‘플릭스 버스’ 앱에서 가르쳐 준 좌표를 찍고, 그리고 가는 경로를 찾아본다.
중앙역 근처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다.
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역이 그렇듯이 구조는 복잡하고 사람은 많고
기차와 지하철이 뒤섞여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천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중앙역 주차장의 어딘가가 버스 타는 곳이라는데, 역 주변 여기저기에 주차장이 보이니 그중 어느 주차장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다못해 버스 승객들을 위한 의자나 파라솔, 이런 것만 있어도 대번에 찾아갈 수 있으련만...
역 안팎에서 한 시간을 헤맨 뒤에야 버스 타는 곳을 찾았고
A4용지보다도 작은 크기의 종이쪽지 위에서
개미보다도 작은 글씨로 인쇄된 비엔나행 버스 편을 확인했다. 됐다!
이제부터는 숙소로 거슬러 가면서, 숙소에서 버스 타는 곳으로 오는 최적의 루트를 연구한다. 큰 가방을 끌고 와야 하니 엘리베이터의 위치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에 이 엘리베이터를 못 찾거나 헛갈렸을 때는 중앙역 어디서나 보이는 ‘플라잉 타이거’ 여기를 찾으면 된다. 일종의 이정표 보험 같은 거다.
이렇게 두 시간을 연구한 끝에 급기야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버스 정류장에는 비를 피할 처마 하나가 없었다.
버스 시간이 다 돼 가는데 나랑 같이 버스를 탈 승객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그때, 길 건너편에 플릭스 버스를 상징하는 연두색 버스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뭐야? 혹시 저기야?
아아, 난 죽어도 못 뛰어.
.......
혹시 버스를 못 타더라도 당황하거나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비엔나로 가는 기차가 있을 거야. 까짓 버스요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돼.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을 때
커다란 버스 한 대가 연두색 빛을 발산하며 내 앞에 스르륵 미끄러지듯 와서 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동행할 승객 서너 명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님들, 대체 어디에 있었나요? 혹시 초능력으로 순간 이동해 온 건가요?
이렇게 편안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어느 분야에서 나는 나를 너무 못 믿는다. 길 찾기 면에선 특히 그렇다.
결국 두 시간의 예행연습은 큰 보람과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