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예행연습

by 김호양이

여길까? 아닐까?

워낙에 길을 찾는 데 젬병인지라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가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행연습을 하기로 한다.

‘플릭스 버스’ 앱에서 가르쳐 준 좌표를 찍고, 그리고 가는 경로를 찾아본다.

중앙역 근처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다.

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역이 그렇듯이 구조는 복잡하고 사람은 많고

기차와 지하철이 뒤섞여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천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중앙역 주차장의 어딘가가 버스 타는 곳이라는데, 역 주변 여기저기에 주차장이 보이니 그중 어느 주차장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다못해 버스 승객들을 위한 의자나 파라솔, 이런 것만 있어도 대번에 찾아갈 수 있으련만...


역 안팎에서 한 시간을 헤맨 뒤에야 버스 타는 곳을 찾았고

A4용지보다도 작은 크기의 종이쪽지 위에서

개미보다도 작은 글씨로 인쇄된 비엔나행 버스 편을 확인했다. 됐다!

프라하 중앙역 내부. 저 화살표 방향에 있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상 주차장 입구의 플릭스 버스 정류장에 닿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숙소로 거슬러 가면서, 숙소에서 버스 타는 곳으로 오는 최적의 루트를 연구한다. 큰 가방을 끌고 와야 하니 엘리베이터의 위치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에 이 엘리베이터를 못 찾거나 헛갈렸을 때는 중앙역 어디서나 보이는 ‘플라잉 타이거’ 여기를 찾으면 된다. 일종의 이정표 보험 같은 거다.

이렇게 두 시간을 연구한 끝에 급기야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에필로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버스 정류장에는 비를 피할 처마 하나가 없었다.

버스 시간이 다 돼 가는데 나랑 같이 버스를 탈 승객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그때, 길 건너편에 플릭스 버스를 상징하는 연두색 버스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서유럽 전역을 누비는 플릭스 버스. 사진은 독일 뉘른베르그



뭐야? 혹시 저기야?

아아, 난 죽어도 못 뛰어.

.......

혹시 버스를 못 타더라도 당황하거나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비엔나로 가는 기차가 있을 거야. 까짓 버스요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돼.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을 때

커다란 버스 한 대가 연두색 빛을 발산하며 내 앞에 스르륵 미끄러지듯 와서 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동행할 승객 서너 명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님들, 대체 어디에 있었나요? 혹시 초능력으로 순간 이동해 온 건가요?

이렇게 편안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어느 분야에서 나는 나를 너무 못 믿는다. 길 찾기 면에선 특히 그렇다.

결국 두 시간의 예행연습은 큰 보람과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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