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으리으리하겠지?

by 김호양이

들어갈까? 말까?

안 들어가 봐도 대충은 안다. 화려하고 정교하고 으리으리하겠지.

도시든 마을이든, 유럽의 어딜가나 관광명소 1번은 몇 백 년 전에 세워졌다는 성당(교회) 건물이다.

어쩌다 하나라면 말도 안 한다. 작은 마을 단위로 촘촘히 세워져 있는 그 으리으리한 교회 건축물들을 보며 우와! 하는 감탄사 대신, 나에게는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대량생산을 꿈도 못 꾸던 중세시대에 저 많은 물자들을 대체 어디에서 구해다가 어떤 인력으로 수많은 교회들을 짓고 꾸몄을까?

그리고

성당이나 교회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했을까?



성비투스.jpg 프라하 성에 있는 성 비투스 성당

어쩌면 그 시대의 삶이 가난하고 칙칙해서, 그럴수록 성당만은 화려하고 정교하고 으리으리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성당의 문을 들어서면 칙칙한 현실에서 벗어나 천국 같은 거룩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져야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천국의 모델하우스 같은 것 말이다.

‘여러분의 미래에는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것이 중세의 신앙심을 생성하고 자극하고 유지하게 해 준 중요한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러채플.jpg 프라하 미러채플 (mirror chapel)의 파이프 오르간. 교회는 현재 주로 콘서트홀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생활환경을 누리고 있고, 그렇다 보니 성당이나 교회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이 시대의 교회 건축에서는 대규모의 집회가 가능한 '기능성'이 먼저 고려되는 듯하다.

천국의 모델하우스로 같은 교회의 시대는 지나갔다.

유럽의 교회들이 공연장이나 전시장, 심시어 푸드코트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실제로 보고 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신앙으로 만들어진 그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며 정교한 조각이며, 거룩하게 드높은 천정 벽화는 ‘투머치’ ‘노땡큐’로 퇴색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100년 뒤에 교회 건축에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것을 예측할 수 있으면 지금 이 시대의 교회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도 꽤 많은 교회 건물에 들어가 보았지만 기가막히게 멋진 모든 것들이 뒤섞여 버렸다. 다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면 독일 뉘른베르그 '성 로렌츠 교회'에서 본 촛불 자리(?)이다. 처음 보는 형태였다. 기도하며 켠 초를 자리에 놓으려면 바닥에 무릎을 꿇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요하고 소박했다. 촛불이 나란히 줄 서 있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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