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남은 돈

by 김호양이

뭘 사면 좋을까?

얼마가 남았다고?

100 코루나 정도?

아니, 그렇게 말고 정확하게 말이야.

앱을 열어 확인해 보니 128코루나가 남아있다.

여기는 프라하의 중앙역. 자! 지금부터 버스를 타기까지 약 20분 동안 정확하게 128코루나를 쓰는 거다.

중앙역이 워낙 크니 멀리 이동했다가는 길을 잃을 염려가 있고, 근처의 상점에서 알뜰살뜰한 쇼핑을 해야 한다. 128코루나, 한국 돈으로 약 7000 원을 어떻게 써야할까?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본다.

입구에서 슬쩍 가격표를 읽어보니 나의 예산과 큰 격차가 있다.

지체 없이 퇴장.

건너편에 건강 스낵 가게가 보인다. 유럽의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체코 고유의 브랜드인 것 같다. 그렇지! 저런 데가 좋다.


둘러보니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 건강 스낵이 그렇지 뭐...

끌리지는 않아도 목표는 잔돈 처리니까.

가격대가 맞는 자잘한 과자들을 세 개 고른다.

건빵처럼 생긴 치즈비스킷, 작은 그라놀라 바, 버스에서 먹기 좋은 견과류 한 봉지...

합계 102코루나. 결국 26코루나가 남았다.

선택과 행동이 전에 없이 민첩했나 보다. 아직도 시간이 남았다.

바로 건너편에 서점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게 보인다. 그리로 이끌리듯 들어가 보니


이럴 수가!

서점 입구의 진열대에 앙증맞고도 실용적인 상품들이 잔뜩 있는 거다.


건강 스낵으로 돈을 다 써버렸다고? 100코루나가 넘는 거금을?

너무 성급했잖아. 더 돌아봤어야지!

하면서 물건들의 가격을 보니......

종이로 만든 책갈피 말고는 128코루나로 살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유럽의 문구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이야?

비교적 물가가 싼 체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튼 이만하면 미션 성공.

건강 스낵 세 봉지와 외환카드 속의 26코루나를 전리품처럼 간직한 채 비엔나행 버스를 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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