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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그릇 Oct 06. 2021

도시는 바뀔 수 있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최성용)' 후기

  매번 집 앞을 나오면서 확인하는 우리 마을은 푸르른 공원도, 사람들의 모습도 아닌 수많은 차량이 즐비해 있는 주차장입니다. 제가 이사 오기 한참 전에 있었던 화단은 자동차에 그 자리를 내어주어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주민들의 생활체육을 위한 배드민턴장은 ‘다수의 주민의 편의’를 위해서 반 토막이 되었습니다. 이마저도 부족해서 길거리에 불법 주정차를 시도해서 공무원들의 과태료 폭탄 세례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죠. 여러분은 이러한 안락함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우리는 새로운 도시를 꿈꿀 수 없을까요?     

 

 화자는 서울광장을 지켜낸 시민들의 모습으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에 운을 뗍니다. 이제는 없어지면 도시의 삭막함을 상징할 것 같은 서울시청 광장의 탄생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게 저는 신기했고, 녹지 공간으로써 조성된 줄 알았던 시청 잔디가 사실 임시방편이라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인상 깊은 것은 자동차 중심의 서울을 보행자를 위한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노력한 이들이 일상의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도시는 단순히 행정가의 의지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에 의해서도 충분히 변화될 수 있다는 사례를 발견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공간을 지키는 상황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몸을 던져 삶의 공간들을 지키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행정이 주변 건물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는 우리의 생각과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로서의 가치는 단순히 몇백 년 자리를 지키는 문화제뿐만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건물 자체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단순히 낡아서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우리의 시간의 궤적을 잘 보존하는 것이 도시를 역동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변화하는 아름다운 도시.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험을 해본 시민들은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우리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스스로 끊임없는 자기 계발 수렁에 빠져 있어 주변을 돌아볼 여력은 없고, 그것이 설사 자기실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주민참여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자기실현 수단으로 생소할 뿐입니다. 저자가 말하듯, 행정의 돈이 들어오고 절차적으로 복잡해짐으로써 점차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무언가가 되는 상황은 우리에게 참여의 기회를 더 멀게 만들고 있고요.       

 

 ‘딱 한 발만 움직이자.‘,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우리와 멀게 느껴지는 것도 딱 한 발만 내디디고 하게 되면 그다음부턴 남 일이 되지 않고 나의 일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주민참여 또한 이 말이 적용되기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딱 한 발만 내딛으면.. 우리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다는 성취로 이어져, 우리의 도시를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요?


 건축가인 유현준 씨는 도시의 중요한 역할로 ‘융합’을 꼽았습니다. 사회적 지위·부와 상관없이 서로가 같은 공간의 추억이 많아지는 것이 도시의 중요한 역할이라 강조하였습니다. 중세의 도시인들이 다양한 계층 차이에도 같은 도시인이라 느낀 것도 그와 비슷한 측면이겠죠.


 아 제가 물어본 질문에 답을 해야겠군요.

 제가 꿈꾸는 도시는 서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고 기억해가는 도시입니다. 저는 이것이 단지 몽상이 아닌 실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저도 노력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례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언제나 그렇듯

도시는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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