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하고 싶다, 간절히.

연애 말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든. 내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어주길. 간절히도.

 내 첫사랑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뒤늦게 느꼈지만 첫사랑 이후의 사랑들이 모두 사랑이 아닌 단순한 연애였다. 그리고 그 단순한 연애와 담담한 관계에 있어서 나는 참 많이 무심했다.

 그 무심함이 내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할 때쯤 그건 단지 변명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 굳이 가져다붙이자면 '연애관'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고. 나는 첫사랑을 할 때, 절대 무심하지 않았다고.

 그 생각 이후에 난 사귀던 누군가를 정리했고, 조금은 후련한 마음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에 착수했다.

 사랑을 찾겠다고 두팔을 걷어붙인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이었는지는, 내가 책상에 앉아서 복잡한 일을 할 때나 생각할 법한 저 착수란 단어가 어이없어 보이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산더미 같은 일을 시작하는 것처럼 착수한 사랑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동해서 사귀었던 예전과 달리 나는 내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니 사랑할 만한 사람을 고르고 있었다

. 이 사람은 직장이 별로고 이 사람은 얼굴이 별로고  이 사람은 이기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는 것을 방해했다. 내가 사랑하기에 누군가 부족해 보였고 또 어느정도 괜찮아 보여 그 사람을 사랑해볼까 하는 순간에는 급격히 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계속해서 연락을 했지만 나는 한없이 외로워졌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우선 서울역에 먼저 도착한 기분. 더 나아가서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아무 열차나 타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는, 막무가내의 기분.

 사랑을 하고 싶다. 그치만,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찾아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내가 사랑할 사람의 기준을 정해놓지 않는 일.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날 사랑할 만큼 나도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 일.

 요 며칠을 바보 같은 생각에 혈안이 된 나였다. 평생 나는 사랑을 못느끼는 병이 아닐까. 하지만 그건 단순히 날 위해 병명을 가져다 붙인 것에 불과했다. 병이라고 해버리면 내탓이 아니니까.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내 탓, 아니 굳이 탓이라고 할 것도 없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나의 미숙함 때문이라는 것을.

 조금 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느정도의 동질감으로 시작될 사랑을 기다리길.

 오늘 밤 역시 같은 생각.

 난 사랑을 하고 싶다. 간절히도.

 그래 더 좋은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