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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탓 Jul 01. 2016

너의 취향이 사무치는, 그런.

비 오는 날.

  비오는 날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앉아있자니,

계피향을 좋아해 언제나 듬뿍, 모카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 마시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커피잔을 따라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대다 멍해진 눈빛을 알아차렸을땐, 벌써 기억의 빗방울로 뇌 안이 가득차 버린다.

  그의 그런 모습이 나는, 모든 것에 있어 확신에 찬 그의 취향이 정말이지 멋있어 보였다.


  그가 나에게 "뭘 마실래?" 하고 물어볼 때면

달디단 시럽 때문에, 아니 사실 커피에 마저 취향이 두루뭉술 했기에, 언제나 추울 땐 뜨거운, 더울 때면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외쳐대던 나였다.


  누군가와 나를 구분짓고 싶어도

나는 그처럼 시나몬 가루가 넘치도록 가지런히 뿌려진 모카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다른 누군가에겐 이마저도 아메리카노처럼 평범하겠지만, 언제나 나에겐 그의 취향이 너무도 특별했다.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며 단 한번의 고민없이 그의 취향대로 주문을 할 때 난 뿌듯했고, 멀리서 뛰어와 "이거 마시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지?" 하며 좋아할 때 그의 표정은, 방금 잔을 내려놓은 커피향보다 선명하다.



  누군가를 사귈 때 항상 너보다 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사람의 모든 취향은 알았어도 내 취향은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던 나인데.


난 그럼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했던 건가.


  그 사람에게 뜬금없이 연락해 내 취향을 기억하냐 물으면, 그도 나처럼 대답할 수 있게 나도 취향이 있으면 좋았겠다고.


  이렇게 비 오는 날 그도 커피를 마시며 "걔는 그랬었지, 특별했어." 하는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 해 안타깝다, 는 생각 또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건가보다.


확실히 난 거짓말을 했었나봐.

언제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잔인하게도 내 마음을 숨겨왔던 걸

나 지금 알았어.


어떻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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