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쌓이지도 않았던 싸라기 첫눈에 이어
독일에는 진정한 첫눈이 내렸다.
대낮에는 그래도 햇빛이 따사로워서
온 가족이 강아지랑 산책을 했다.
눈 밭에서 신나게 뛰는 강아지.
https://www.instagram.com/reel/DCt6S0cNCRq/?igsh=cGtpb2hyaGh4amsw
신난 강아지 옆에서
우리도 걸으면서 서로 눈싸움을 하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연말이 되면
신기하게도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음에선 여유가 생긴다.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는 시점이라 그런가.
처음 독일에 와서 적응하기 바쁘고
남의 집 월세 살이 할 때에는
좋아하는 강아지 입양은 생각도 못했다.
독일어 배우기 바쁘고
아이들 학교 적응하기 바쁘고
남의 집 혹여나 망가트릴까 걱정되어
맘 편히 키우지도 못할 성격이니 말이다.
내 집에 이사 온 후에
곧바로 강아지 키우기 로망을 실현할 때도
몇 개월 고민하고 고민했다.
여행을 다니는 우리에게
주변에 가족 친지도 없는데
맡길 데가 마땅치 않으니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어차피 일은 안 하니
강아지가 혼자 외로이 있을 일은 없었으니
오직 여행이 가장 문제였다.
때론 걱정이 너무 많고
아는 것이 너무 많으면
앞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가 없는 법.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단 첫 발을 떼고 나면
생각보다 더 큰 만족과 기쁨도 느끼게 되고
또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강아지를 입양 후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만족하고 행복하다.
너무 잘 한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마리 강아지도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라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보통 일은 아닌데
이제 제법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둘째 강아지 입양도 스멀스멀 생각이 드는 거 보니.
둘째 강아지 입양에 대해 엄청 알아보고
공부를 하면서 든 생각은
강아지 한 두 마리 입양해 키우는 것도
이렇게 신중하고 공부가 많이 필요한 일인데
소중한 두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얼마나 막중한가였다.
오랜 시간 영상을 보며 공부하다가
내린 결론은,
그냥 우리 집 강아지 한 마리나 제대로 잘 키우자였다.
첫째 강아지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첫째 강아지 성격이 다른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고
시터네 강아지랑도 친해지기는 하지만
두려워하는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지고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가 뜬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삶에서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소중해진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강아지가 우리에게 ‘소확행’ 선물했다면
둘째 강아지 입양은
첫째 강아지의 ‘아보하’를 잃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때로는 용기 내어 한 발 나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는거겠지.
아.. 그래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