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영주권 vs EU 영주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해외살이
브라질 친구가 눈물을 흘린다. 왜 눈물을 보이는고 하니, 갑자기 회사로부터 더 이상 고용 연장을 안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독일에 더 머물고 싶어 했던 그녀와 가족 모두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독일살이 3년 동안 열심히 그녀는 독일어 공부해서 B2 자격증도 따고,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해 일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독일 살이를 즐겨보려고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사연이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의 남편이 독일에서 근무한 3년 안에 독일어 B1 자격증을 땄다면 보통 3년 이상이 걸리는 영주권 신청이 입독 21개월 만에도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독일어를 따로 배우지 않고 영어로만 회사생활을 했다고 한다. 영주권이 생긴다는 건 회사가 주는 단기 취업 비자에 의지하지 않고, 독일에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국적과는 다르다. 국적은 그대로 모국을 유지하되 단지 갑작스럽게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막고 안정된 주거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만약 회사에서 고용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 상태가 되더라도, 영주권이 있으면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해당 국가에 거주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독일 정부에서 제공하는 취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수도 있고, 독일어 공부를 좀 더 할 수도 있고, 곧바로 다른 직장에 취업 준비도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취업 비자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하더라고 독일에서 근로자를 당장 내쫓지 않는다. 비자 기간을 일정기간 연기해 주고 실업수당도 주며 일자리를 다시 찾을 시간과 기회를 준다. 다만 영주권을 미리 얻었다면 비자문제로 인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취업에도 유리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 영주권자와 비영주권자는 비용, 처리 시간, 세금 측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레벨이라면 굳이 비영주권자를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지금 그녀는 브라질로 돌아가 브라질에서 금방 새로운 잡을 구했고, 심지어 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어서 매우 만족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며 종종 안부를 전해온다. 갑작스러운 고국행에 눈물짓던 그녀는 지금 다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인생이란 역시 새옹지마.)
이렇듯 아무리 해외에 오래 터를 잡고 살고 있더라도, 비자 연장만으로 해외에 거주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언제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유학생 비자로 와서 공부를 마쳐도 시간 내에 취업을 못해 비자를 얻지 못하면 해당 국가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는 없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 아닌가. 회사에서 비자 주고, 독일 정부가 영주권 줄 때, 괜히 안일하게 미루지 말고 조건에 맞다면 빨리 신청해서 안정적인 거주 권리를 확보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이민, 영주권만으로 충분할까 : 시민권에 대한 고민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에 주거지 등록 없이 일정 기간 거주 국가를 떠나 있게 되면 영주권 역시 박탈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물러야만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언제든 독일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해외에서 자식을 키우다 보면 부모 된 입장에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은 그들이 앞으로 학업을 넘어서서 취업하고 살아갈 터전이 되는 국가의 신분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정리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회사 입장에서는 EU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와 제3 국에서 온 비자를 처리해줘야만 하는 지원자 사이에서 능력이 특출 나 차이가 엄청 크지 않는 한 전자의 경우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고 일자리 문제가 없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한 치 앞도 모를 미래에는 여러모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독일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는 여러 가지 영주권, 시민권 취득 조건 완화정책들은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일상을 살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체류문제에 신경 써야 할 이유다.
독일의 거주 허가증 종류
입국을 위한 임시 비자(Visum für die Einreise) 외에도 거주 비자(Aufenthaltstitel)들이 있다.
Aufenthaltserlaubnis (befristet) 임시 거주 허가증
Blaue Karte EU (befristet) 임시 EU 블루 카드
ICT-Karte (befristet) 임시 ICT 카드
Mobiler-ICT-Karte (befristet) 임시 모바일 ICT 카드
Niederlassungserlaubnis (unbefristet) 독일 영주권
Erlaubnis zum Daueraufenthalt-EU (unbefristet) EU 영주권
여기서 영주권이라고 한다면 독일 영주권과 EU 영주권이 있다.
독일 영주권 (Niederlassungserlaubnis)
영주권은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거주 기간 5년 후에 부여되는데, 독일의 경우 조건에 따라 2-4년으로 단축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교부 요건은 안정적인 생계의 예후, 연금 보험료 납부 및 B1 수준의 언어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 많은 특별 규정도 있다. 독일 시민권자와 결혼한 경우, 독일어 C1 수준의 어학능력을 갖추고 생활비의 75% 이상을 자신의 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경우는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다. EU 블루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 33개월 후에 정착 허가를 받게 된다. 어학능력이 B1급인 경우 사회보험료를 적용받아 취업한 경우 21개월 후에 정착허가가 발급된다. 제네바 난민 협약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되면 어학 능력과 연금 보험료가 감면된다.
<다양한 권한 부여 요구 사항 개요>
EU 영주권 (Erlaubnis zum Daueraufenthalt-EU)
EU 영주권은 요구 사항 및 권리 측면에서 독일 영주권과 매우 유사하다. 단, 원칙적으로 합법적인 체류기간 5년 이후에만 받을 수 있다.
EU 영주권자는 특정 조건 하에서 다른 EU 국가(아일랜드 및 덴마크 제외)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독일을 떠나는 경우보다 관대한 만료 규정이 있다. 즉, 독일 영주권은 거주지 등록 없이 6개월 이상 독일을 떠나 있으면 취소되지만, EU영주권은 그 기한이 1년으로 확대된다. 한국처럼 EU국가가 아닌 경우는 1년이지만, 만약 근처 EU 국가로의 장기 이주의 경우에는 6년 간 해당 국가에 머물러도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서 취업의 다양성이 있는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EU 영주권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
EU-영주권과 독일 영주권 차이점 요약
- 조건과 권리는 비슷하며, EU-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독일 영주권 발급 조건에 더하여 조세납부의무 증명과 노후연금가입 증명 등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함.
- EU-영주권 소지자는 다른 EU 국가로 이주하는데 추가 서류가 불필요한데 비해, 독일 영주권 소지자가 다른 EU 국가로 이주하려면 비자를 신청하여야 함.
- 또한 EU-영주권은 체류허가 취소 요건이 관대함.
독일영주권
- 체류허가 취소 : 6개월 이상(블루카드 소지자는 12개월 이상) 독일 비거주, 혹은 일시적이지 않은 이유로 출국
※ 예외 : 15년 이상 장기체류, 안정적인 거주비용 보장, 추방이유 부재, (혹은) 독일인과의 혼인공동체, 추방이유 부재
- 쉥겐 국가로의 이주는 불가
EU-영주권
- 체류허가 취소 : 6년 이상 독일 비거주, 12개월 이상 EU(아일랜드, 덴마크 포함) 비거주, 블루카드-EU 소지자나 그 가족구성원의 경우, 24개월 이상 EU(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포함) 비거주
- 안정적인 체류비용이 보장되면 EU(쉥겐) 국가로 무비자 이주 가능
미성년자의 경우
- 원칙적으로 아이들은 만 16세 이상이 되면 본인 소속으로 영주권 신청이 가능. (법적 보호자 동행 필요)
- 만 16세 이상됐을 때 부모 동의가 있을 경우 독일 시민권 신청 가능.
die Erteilung einer Niederlassungserlaubnis an einen minderjährigen Ausländer, der sich aus familiären Gründen in Deutschland aufhält, ist frühestens mit Vollendung des 16. Lebensjahres möglich, § 35 Abs. 1 Satz 1 AufenthG.
영주권 신청 및 구비 서류
: 살고 있는 관할 관청마다 다르기 때문에 거주지 외국인청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하다.
1. Antrag auf Verlängerung eines Aufenthaltstitels (뒷면에 보면 비자 연장이 아닌 영주권 신청 체크 표시란이 있어서 여기에 체크하면 된다.)
2. 여권 사진 1장
3. 여권 복사본, 신분증(Aufenthaltstitel) 앞뒤 복사본
4. 독일어 어학 증명서 사본(Zertifikat Deutsch Test B2, B1)
5. 독일 인터그라치온 코스 수강 확인서 복사본
6. 독일 오리엔티어룽 코스 듣고 시험 증명서 확인서 사본 (Leben in Deutschland)
7. 직장 증명서 (Arbeits-und Verdienstbescheinigung des Arbeitgebers)
8. 최근 3개월치 월급 명세서
9. 현재 거주지 안멜둥 서류(Amtliche Meldebestätigung für die Anmeldung) 사본
10. eine Erklärung und Bestätigunf, dass Sie über ausreichend Wohnraum verfügen
(집이 자가일 경우에는 부동산 계약서로 대신하면 된다.)
11. 아이들 학교 증명서 Besätigung über die Erfüllung der gesetzlichen Schulpflicht
12. 남편의 60개월 이상 연금 납입 증명서 : Nachweis über Einzahlung von 60Monaatsbeitrögen zur Rentenversicherung von meinem Mann
13. unbefenklichkeitsbescheinigung des Finanzsamts (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서 Bescheinigung in Steuersachen로 변경해서 서류받아서 우편으로 제출)
독일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 조건 완화 정책(erleichterung einbürgerung)에 대한 독일 정당들 간의 논쟁
최근에 독일에서는 시민권 취득 조건을 대폭 완화해서 해외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거세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독일 거주 기간에 관한 요건이 기존 8년에서 5년으로 줄인다는 점, 심지어 학업 성과와 독일 부족 직군 등 직업 전문성 등을 인정받으면 3년 거주 요건만 채워도 된다는 점, 경우에 따라서는 이중국적도 허용한다는 점, 67세 이상 노년층 이민자들은 독일어 시험 점수를 획득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 독일어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준을 낮춘다는 점 등 상당히 파격적인 개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붉어진 독일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통합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들은 독일의 시민권 남발을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행사에 비유하며, 시민권을 값싼 물건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내부 정당들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라프 숄츠 총리를 비롯한 현 독일 정부는 시민권 규정 완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물론, 아직 현재 진행형인 안건일뿐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왜 독일은 여러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걸까?
독일의 인구 구조와 고령화 현상(Altersstruktur der Bevölkerung in Deutschland)
전국적으로 독일의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다. 1990년에서 2021년 사이에 20세 미만의 비율은 약 22%에서 19%로 감소한 반면 노인(65세 이상)의 비율은 15%에서 22%로 증가했다.
2021년의 연령 구조를 1990년 독일 통일 연도와 비교하면 인구 변화의 진행 상황이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70년의 대규모 연령대는 1990년 20~35세로 가장 큰 연령대를 형성했다. 그들은 여전히 오늘날이지만 성년이 되었고 앞으로 20 년 안에 은퇴할 것이다. 70세 이상 인구는 1990년 800만 명에서 2021년 1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노년층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더 오래 산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특히 80세 이상 인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의 고령화 사회 화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독일 정부의 고심의 원인을 통계 자료를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