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미성년자 아이들의 독일 시민권 서류 제출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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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민권 신청은 어떻게 시작해야 해?
우선 사는 지역 외국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준비해야 할 서류들과 방법이 자세히 안내가 되어 있을 거야. 내가 사는 지역 시청에서는 신청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 해당 부서에 전화로 약속을 잡아야 했었어. 곧바로 예약 날짜가 잡히는 건 아니었고, 약 2주 후로 잡아주더라고.
신청은 혼자 가면 되는 거야?
독일 시민권 신청자 본인이 가야 하고, 만약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고 한다면 부모와 같은 법정 양육인 모두가 다 같이 가야 해. 나 같은 경우는 나랑 아이들만 시민권을 신청하고, 애들 아빠는 신청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아빠도 함께 와야 한다고 안내받았어. 부모로서 신청서에 직접 외국인청에서 사인을 해야 하더라고.
그럼 독일 시민권을 따면, 한국 국적은 어떻게 되는 거야?
원래 독일은 한국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았어. 내가 시민권 신청할 때만 해도 신청 전제조건에 이전 국적은 포기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했거든? 그런데 24년 6월 말부터 독일법이 바뀌어서 독일에서는 이중국적이 허용하게 된 거야.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인 나에게는 한국-독일 이중국적이 의미가 없고, 독일 시민권 증서를 받는 날짜로부터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은 상실을 하게 돼.
독일 시민권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 뭐야?
짧게 요약하면, 독일 거주기간이 충분하고, 독일에서 일을 해서 소득이 있고, 영주권이 있는 자면 누구든지 신청해서 받을 수가 있어. 영주권을 따는 것이 오히려 더 까다로울 수 있는데, 영주권을 따려면 일단 독일어 B1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독일 시민권 시험(Leben in Deutschland)이라는 시험 합격증이 있어야 하며, 5년 이상 소득이 있어서 독일 연금을 꾸준히 납부한 이력이 있어야 하거든. 그래서 영주권이 있는 자는 시민권 신청이 어렵지 않다고 봐.
그렇구나.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
우선 거주기간. 시민권을 신청할 당시에는 원칙적으로 독일에 연속적으로 8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었고, 독일 통합과정 수업(Integrationskurs)을 들었을 경우 7년, 독일어 B2 자격증이 있을 경우 6년 거주하면 신청가능했었어. 이마저도 2024년 6월 27일부터는 새로운 이민법 개정으로 조건에 따라 3-5년 거주만으로도 시민권 신청이 가능해졌어.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시민권 시험 통과 (독일의 법적, 사회적 시스템 및 생활 조건에 대한 지식 33문제)하거나 예외적으로 독일 학교 졸업 증명서를 취득한 경우 (deutschen Schulabschluss)에는 그 시험을 보지 않아도 돼. 독일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 (보통 B1 이상)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범죄 기록 없어야 하지.
무엇보다도 시민권을 받아서 혜택만 누리려는 사람을 거르기 위해서 사회 부조 및 실업 수당 없이 독립적인 생계 보장(부양가족도 해당)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서 서명하도록 하고 있어. 즉, 충분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서류는 어떤 걸 준비해 갔어?
1) 시민권 신청서 (사진 1장 포함)
2) 온 가족 여권(남편 것 포함), 나와 아이들의 비자와 영주권 카드
3) Lebenslauf 내 이력서
: 일반적인 양식이 아니라 자필로 서술형으로 써야 해. 4장을 필기체로 써갔더니 담당자가 매우 만족해하며 가져갔어. 나는 혹시나 여기서 영문 증명서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아포스티유 공증까지 받아오라고 할까 봐 그것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안 그래도 됐어서 천만다행이었지.
4) 나의 출생증명서(기본증명서), 결혼증명서 독일어 번역 및 아포스티유 공증받은 것 사본
5) 아이들 출생증명서 (기본증명서) 독일어 번역 및 아포스티유 공증받은 것 사본
6) 아이들 학교 증명서 및 2년 치 성적표
: 어떤 곳은 4년 치를 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혹시 몰라 4년 치를 모두 복사해 갔고, 다 가져갔어.
: 학교 증명서는 학교 비서에게 말하면 바로 발급해 줄 거야.
7) 남편 회사 증명서 및 3개월치 월급 명세서
: 나는 현재 독일에서 근로 소득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문제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남편의 소득으로 수익 증명이 되었어.
** 충격적인 소식은 다른 지역에서는 배우자의 소득 증명으로는 시민권의 전제조건인 영주권도 발급해주지 않는 사례가 왕왕 있다는 거야. 반면 어떤 지역은 남편의 소득 증명으로 배우자는 물론이고 미성년 자녀에게도 영주권을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고. 내가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배우자는 가능하지만 미성년자 아이는 영주권을 발급해주지 않고, 만 16세가 넘어서나 발급해 주거든. 어떤 도시에 거주하느냐, 담당 공무원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독일의 행정은 아직도 이해하기 쉽지 않아. 나는 소득 부분을 가장 걱정했었는데, (남편이 시민권 신청을 안 하니까) 다행이었어.
8) 현재 살고 있는 집 계약서 (매매계약서)
: 매매 계약서를 줬더니 복사해서 가져갔어.
: 투자용으로 구매한 아파트 매매계약서와 월세 계약서를 가져갔는데 필요 없었어. 실제로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매매 계약서 또는 월세 계약서를 제출하면 되었지.
9) Loyalitätserklärung, Fragebogen zur Prüfung der Verfassungstreue 사무실에서 작성
: 양식이 홈페이지에 없고, 집에서 작성해오라는 말만 있어서 바이에른주 이민청에서 다운로드하여서 작성해서 갔는데, 해당 외국인청 양식으로 줘서 사무실에서 직접 기록하고, 사인해서 제출했어.
10) Erklärung (Sozialhilfe 안 받고 생활하겠다는 서명) 작성도 사무실에서 직접 했어.
11) Leben in Deutschland (또는 Einbürgerungstest) 증명서 및 독일어 B1이상 증명서
시민권 신청하고 발급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거야?
일반적으로 독일 시민권 신청 후 시민권증서(Einbürgerungsurkunde)가 발급되기까지 빠르면 2개월에서 보통 1년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어. 프랑크푸르트 거주하고 독일에서 대학 졸업하고 10년째 살았다는 우크라이나 여성은 2년이 걸렸다고 하고, 베를린은 그보다 더 걸리기도 한다고 해. 상황이 이러한데 새로 통과한 시민권법은 조건이 더 완화되었으니 새로운 법령이 시행되는 2024년 6월 말부터 독일 시민권 신청자는 더 많이 몰릴 것이고 처리 속도는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하더라고.
https://www.tagesschau.de/inland/einbuergerungen-108.html
나의 경우에는 법이 바뀌기 전인 4월에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시민권 증서가 발급되기까지 대략 5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고 했어. 확실히 대도시가 아니라 중소도시라서 1,2년 걸린다는 대도시에 비해서는 빨리 나오는 것 같아.
비용도 발생해?
응. 성인 255유로, 부모와 함께 시민권을 받는 미성년자는 51유로. 나와 아이들은 총 357유로를 결제해야 해. 이건 신청할 때 내는 게 아니고, 신청서 제출하고 나중에 승인이 되면 그때 외국인청에서 집으로 편지를 보내줘. 그때 은행 이체 방식으로 결제하면 돼. 나중에 시민권 수령하러 갈 때 은행이체확인서를 먼저 제출해야만 하니까 은행에서 이체 기록을 잘 출력해 두는 게 좋아. 돈 낸 걸 확인해야 귀화증서를 주거든.
귀화식(Einbürgerungsfeier im Rathaus) 같은 게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맞아. 대도시에서는 이런 귀화식도 제법 크게 한다고 해. 음악과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귀화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일정 날짜에 모아서 한꺼번에 이렇게 귀화증서 수여해 주고 축하하는 자리도 만들고 한다더라고.
귀화식에서는 아래 선언문을 낭독해야 해.
“Ich bekenne feierlich, dass ich das Grundgesetz und die Gesetze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achten und alles unterlassen werde, was ihr schaden könnte. “
“나는 기본법과 독일 연방 공화국의 법률을 존중하고 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삼갈 것임을 엄숙히 고백합니다.”
이름을 변경을 원할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담당자 말로는 시민권 신청 시 이름은 출생증명서 대로 발급받아야만 하고, 독일 시민이 되면 이후에는 이름 변경이 가능하다 해. 나중에 동일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는 관련 서류를 영사관에서 발급받아서 처리할 수 있어.
그럼 귀화증서가 독일 내 신분증이 되는 거야?
아니. 귀화증서는 한 번만 발급되니까 잃어버리지 않게 원본으로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하고, 귀화증서가 발급되면 지역 동사무소로 가서 독일 여권 (Deutsch Pass) 및 독일 신분증(ein deutsches Ausweisdokument)을 신청해서 사용하면 돼.
시민권을 받은 날짜 이후부터는 한국 여권은 사용할 수 없다는 거 명심하고. 신분증은 보통 2-3주, 여권은 급행으로 신청하는 거 아니면 10-12주 정도 걸려.
그럼 이제 모두 국적 정리가 끝난 건가?
아니야. 대한민국은 이중국적이 허용이 안되기 때문에 이미 독일 시민증서 받은 날로부터 국적상실이 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전산상으로도 국적상실신고를 통해서 정리를 해줘야 해. 영사관 또는 한국에서 국적상실신고를 할 수 있어. 국적상실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증이 말소가 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었을 때 빨간 줄이 그어지고 국적상실이라고 기록이 될 거야. 처리 기간은 보통 6개월이 걸린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사관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어. 꽤 오래 걸리지.
5개월 후… 시민권 받은 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