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 아이들과 함께라면 미리 준비하고, 알아둘 것들
운전면허증(수동, 안되면 자동), 아이들 픽드롭 필수!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영어로 가능한 지역이 몇 군데 안 되고, 대체로 독일어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즉, 당장 운전을 해야만 할 상황이 많이 생길 텐데 어느 세월에 독일어 배워서 시험을 볼지 까마득할 상황이 생긴다. 심지어 한국에 비해 운전면허등록 수업료가 매우 비싸고, 시험은 통과해도 주행연습을 할 때 독일어 교사의 눈총을 받으며 낯선 곳에서 낯선 말로 연습하기는 더 힘들 것이다.
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못 사는 것은 아니지만, 궂은 날씨에 장보기도 만만치 않고, 특히나 아이가 있는 집이면 자동차와 운전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도심에 살아서 버스, 트램 다 잘되어 있어서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도심에 살아도 아이 친구들은 도심 근처 소도시에 사는 경우가 많다. 학교 생활하다 보면 친구들과 플레이 데이트 하는 날도 생기고, 방과 후 활동 등록해서 여기저기 시간 맞춰 다닐 일이 분명히 생긴다. 그때마다 대중교통 이용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다자녀라면 차는 필수,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도 면허 필수.
독일차는 여전히 자동보다는 수동이 더 많고, 가격도 싸다. 자차는 자동으로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여행 다닐 때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도 있는데 여기는 렌터카도 수동이 종류도 다양하고 많고, 더 싸기 때문에 이왕이면 수동 면허를 따서 오면 더 유리하다.
다행히 한국과 독일 양국 간에는 협정이 맺어져 있어서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그것을 독일 면허증으로 쉽게 발급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꼭 면허증을 따서 오자. 처음에는 국제면허증도 가지고 와서 몇 개월 사용하고, 국제면허증 유효기간 안에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해서 사용하면 된다.
<독일 운전면허증으로 교환 시 주의사항>
1. "국제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6개월"로 (예전에는 1년이었으나 ) 줄어들었다.
2. 독일에서 체류기간이 1년이 넘어가면 운전면허증 교환이 안된다. (이 경우, 독일은 무조건 시험을 보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니 독일 입국 후 최대한 빨리 교환하는 것이 좋다.)
3. 독일 입국 후에 (한국운전면허 분실 등의 여러 사유로) 만약 한국운전면허증을 재발급을 받을 경우, 유효하지 않는다. 미리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따서 독일 입국 전에 소지하고, 분실하지 않는 게 좋다.
독일어는 현지에서 배우더라도 기본 문법은 익혀서 오기
만약 독일 거주 기간이 짧고, 아이가 국제학교에 다녀서 독일어 쓸 일이 적고, 영어가 잘 통하는 대도시에 살고 있다면 독일어는 과감하게 버리자고 생각해 볼 만하다. 독일어 배우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그냥 생활 독일어 정도 몇 마디만 익히고 살아도 짧은 거주 기간이라면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에 장기 거주 예정이고, 아이가 독일 학교에 다닐 예정이라면 엄마도 독일어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학부모 상담,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의 간단한 담소, 무엇보다도 아이 독일어 공부에 초등 교육과정까지는 엄마가 어느 정도 독일어를 배웠다면 훨씬 수월하게 집에서도 문법 정도는 봐줄 수가 있다.
독일어는 현지에서 현지 선생님께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공부가 될 것이다. 문제는 학원에서 차근차근 알파벳 읽는 방법부터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독일어로 독일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숫자 몇 개 가르쳐주고 자기 소개하라고 하는 분위기에서 많이들 수업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봤다. 그러니 알파벳 읽는 부분부터, 웬만한 단어와 동사변형, 기본 문법들은 한국어로 된 좋은 책들도 많으니 교재로 공부하고, 인강도 다 듣고 독일에 와서 실전 전투에 참여한다면 똑똑하고 성실한 한국인으로서 칭찬도 많이 받고, 시험 통과는 무리 없을 것이다. (물론 시험용 공부와 실제 말하기에는 괴리가 크지만. 어쨌든 영주권 받기 위해서는 최소 독일어 B1 자격증은 있어야 한다.)
알뜰폰 개통
독일에 살고 있어도 한국은행업무나 기본 서류 등을 발급받아야만 할 때도 꼭 필요한 공인인증서. 공인인증서 발급에는 꼭 필요한 한국 전화번호. 그래서 오랜 시간 비싼 요금내고 한국 번호 유지했었는데, 월 500원 대에 알뜰폰 개통해서 사용해 보니 해외에서 문자 인증 등에 문제가 없어서 추천한다.
예방접종증명서 영문 발급
독일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하려면 노란색 예방접종 책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예방접종한 기록이 없으면 다시 맞아야 하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학령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수두 예방접종이 필수인데, 그것을 학교 입학 시 증명해야 하므로 한국에서 예방접종 기록이 있다면 영문으로 그 기록을 출력해야 한다. 나는 보건소에서 영문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아 확인 도장 찍어서 독일로 가져왔었는데, 요즘에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영문 및 국문 발급 (본인 출력)이 가능하다. 예방접종도우미 (kdca.go.kr)
독일에서는 한국과는 예방접종 종류가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
한국에서는 일본뇌염 생백신/ 사백신을 접종하지만, 독일에는 일본 모기가 없으니 이 예방접종이 없다. 그러나 한국 방문 시에는 예방접종이 되어 있는 것이 좋기 때문에 나는 한국 방문할 때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시기에 맞춰서 한다. (만 12세 추가 접종까지 잊지 말고 해야 한다.)
수막구균 C형 예방접종
독일에서는 수막구균 예방접종이 필수다. 한국에서 멘비오 접종을 하고 왔고, A형으로 기억해서 맞혔다 했지만 독일에서는 C형을 맞힌다며 필수이고, 의료보험에서 커버된다며 의사 선생님의 권고로 맞혔다. 유럽에서 B형이 가장 발병률이 높은데 B형 백신은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되었고, 보험 커버도 안된다고 한다.
체케 (Zecke) 예방접종
한국에는 없는 예방접종이다. 독일에서는 초여름 기간에 체케(Zecke) 라고 불리는 진드기가 특히 독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출현하여 건강을 위협한다.
체케에 물리면 FSME 발병할 수 있다.
Was ist FSME?
FSME steht für «Frühsommer-Meningoenzephalitis» und ist eine Krankheit, die durch Zeckenstiche übertragen werden kann.
수막, 뇌 및/또는 척수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우리는 남부 지역이라 독일 입국 후에 체케 예방접종을 일정에 맞춰해 왔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6월에 수학여행 (Schullandheim)을 가는데, 안내문에도 체케에 물릴 수 있고, 이를 즉시 제거하기 위한 학부모 동의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집 정원에 잔디가 있는 경우에는 집에서도 많이들 물린다고 한다. 야외활동 시에 체케와 모기 등의 벌레 퇴치제를 항시 구비하여 뿌리는 것이 독일인들의 일상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산책 시에도 많이 물려오기 때문에 반려동물용 외용약도 초봄부터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공문서 원본 아포스티유 공증 문서
가족 별로 (아이들 포함) 각각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대해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한 문서는 필수. 거주지 등록할 때, 아이들 학교 등록할 때, 심지어 상급학교 등록할 때도 출생증명서 대신 한국에서 출생한 경우 기본증명서 아포스티유 된 것을 제출하면 된다. 상급학교 등록할 때 오래된 문서였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때 기본증명서와 예방접종증명서( 수두 2차까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추후에 거주 비자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서류는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간수해 두는 것이 좋다.
한국어책, 영어책 Good, 수학 문제집 No
독일에서 한국어 책이나 한국어 교재 등을 구하려면 선박을 통해서 받거나 중고 거래를 해야 한다. 초반에 국제 이사를 할 경우에 보통 컨테이너를 이용하니 그때 많이 가져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동생까지 다 물려서 책을 읽고 나서 주변 교민들에게 나눔이나 거래를 하면 서로에게 좋기도 하고.
한국어 교재는 좋지만, 수학 교재는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의 수학과 독일에서의 수학이 가르치는 방식이나 사칙연산 표기법 등이 다르다. 연산하는 과정도 매우 다르기 때문에 굳이 한국식으로 가르칠 필요는 없고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수학은 여기서도 교재를 많이 구할 수 있으니 굳이 한국 문제집을 가지고 오고 싶다면 연산 문제집 정도만 챙겨 와도 될 것 같다. 만약 주재원으로 와서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당연히 한국식 문제집을 챙겨 오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독일어책은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쉽게 구하지만, 반대로 여기서는 영어책이 의외로 도서관에 충분히 없다. 아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닐 때는 국제학교 도서관을 이용했지만 독일 학교로 와서는 독일 아마존 등 온라인 서점이나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영어책을 구해야만 했다. 요새는 전자책으로 아마존 킨들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시력에 좋지 않으니 처음에 국제이사할 때 필요한 영어책도 잘 챙겨 오면 유용하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귀이개 good, 학용품이나 문구류 no. (연필깎이는 OK)
외국 사람들은 귀지를 따로 파는 귀이개가 없다. 보통 샤워 후에 면봉으로 살짝 닦아내던지 아니면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귀를 판다고 하면 이상한 문화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챙겨 오면 좋다.
처음에 국제 이삿짐 쌀 때 바리바리 싸왔고, 특히나 한국의 학용품이 좋다며 가방부 터해서 각종 색연필이며 문구류를 싸왔는데, 후회했다. 사실 물감부터 색연필, 지우개 등의 학용품이 한국 것이 좋은 것은 맞다. 그러나 독일에 오면 독일식 가방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겉이 단단한 책가방이 있다. Schulanzen이라고 불린다.), 학용품, 심지어 우비 등의 옷도 독일 스타일이 다 있어서 굳이 한국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꼭 한국 학용품을 가지고 오고 싶다면 연필깎이는 추천한다. 독일에도 연필깎이가 있지만 생각보다 조악하고 튼튼하지가 않으며 비싸다. 대부분은 작은 수동 연필깎이를 필통에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집에서 사용할 때는 하이샤파 연필깎이가 튼튼하고 정말 좋다.
한국적인 소품, 선물
한류 열풍이니 뭐니 해도 막상 외국에 나와서 현실 세계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그렇게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오픈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 예상보다 흔치도 않다. 대도시에 거주하거나 또는 회사 사람들 정도는 다른 것도 잘 받아들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는 독일 토박이들은 낯선 것에 경계심도 많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은 마음으로 건네는 음식이나 선물이 상대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하지만 한국적인 문화가 담겨있는 정도의 기념품 등은 챙겨 오면 활용하기 좋다. 예를 들어, 도움을 줬던 지인이나 학교 졸업식, 또는 독일어 학원 선생님과 헤어질 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경우 등이다. 보통 국제학교 선생님들은 외국 문화를 잘 알고,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편이고, 일반 독일 가정의 경우에는 독일 스타일대로 초콜릿이나 와인 정도로 방문 시에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있는 독일 지인 집에 방문할 때, 아이들 선물로 독일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한국 과자 상자를 가져갔는데, (어른들 선물은 와인과 초콜릿) 상자 안에 과자에 대한 설명이 독일어로 쓰여 있는 소책자가 있어서 아이들이 읽어보며 맛있게 먹었다. 이 가족은 한국에 여러 번 출장이나 여행도 다닐 정도로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가족이었기 때문에 이 선물도 좋아했던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서 선물을 달리 준비하는 센스는 필요하다.
독일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
독일 문화는 아무리 인터넷이나 여러 지인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들어도 여기 와서 직접 살면서 체험하면서 하나씩 터득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인마인드로 살다가 이곳 독일에 오면 생활 습관, 가치관, 정서가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빠르고, 편리하고, 친절한 한국에서 살다가 오면 정말 이해 못 할 일 투성이인 곳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주지와 학교를 정하는 일이 가장 우선순위일 텐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거주지 및 주거 환경과 학교가 여기 사람들과는 차이가 많이 있다. 처음부터 이런 문화를 다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미리 사전 조사해 보고, 무엇보다도 현지의 다른 문화에 불평불만하기보다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마인드셋을 하고 오면 현지 적응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그냥 새로 태어나 아는 것은 0이라고 생각하고, 옛 것은 버리고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