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임대인의 계절, 겨울은 임차인의 계절
뮌헨에서 집을 임대하며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월세에도 계절이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집을 내놓을 때만 해도 나는 단순히 평균 가격만을 봤다. 뮌헨의 평균 월세는 대략 20~23유로/㎡(Kaltmiete). 그 숫자가 하나의 기준처럼 보였다. ‘이 정도면 무난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광고를 올리고 나니 시장은 평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은 흔히 “뮌헨은 늘 비싸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비싼 도시 안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뚜렷하다. 언제 집을 내놓느냐, 언제 집을 찾느냐에 따라 체감 가격은 달라진다.
집주인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는 3월에서 5월 사이다. 도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졸업 시즌, 채용 시즌, 가족 이사 수요가 겹치는 시기. 매물은 많아 보이지만, 좋은 집은 빠르게 사라진다. 평균이 22유로라 해도, 신축이거나 관리가 잘 된 집은 25~28유로에서도 시장이 받아준다. 실제로 신축 매물 중에는 30유로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건설비 상승과 에너지 기준 강화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 결과였다.
단순 평균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더라도, ‘평균’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평균은 오래된 집과 신축, 외곽과 중심을 모두 섞은 숫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좋은 조건의 집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수요가 몰리는 봄철에는 금방 임대인을 찾을 수가 있다.
가을의 9월과 10월도 두 번째 피크다.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고 생활 리듬이 재정비되는 시점이다. 봄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한 상승 구간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내놓기 좋은 달”은 결국 봄과 가을이다.
반대로 세입자에게 유리한 시기는 겨울이다. 특히 12월과 1월. 크리스마스와 연말 일정 속에서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날씨는 춥고, 이동은 번거롭고, 사람들은 결정을 미룬다. 그때는 집주인도 고민한다. 몇 달 공실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 낮춰서 빠르게 계약할 것인가.
나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로부터 열쇠를 인수인계받은 8월이 지나고, 첫 번째 세입자는 나름 수요가 많았던 9월 말에 구했고, 두 번째 세입자는 2월 말에 구했다. 보통 세입자들이 나가기 3달 전에 미리 퀸디궁(계약 해지 통보)을 하는데 12월, 1월 달에는 수요가 많이 얼어붙어있었고, 나온 매물의 가격도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2월이 되면서 매물도 많아지고 수요가 생기더니 3월이 되자 월세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되어 내가 집을 내놨던 때보다 월세 평균이 더 올라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요가 많아지고, 본격적인 이동을 준비하는 때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때는 비행기표처럼 빨리 잡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흐름은 부동산 플랫폼에서도 읽힌다.
예를 들어 ImmoScout에 나오는 €/㎡ 막대그래프를 보면, 특정 매물이 해당 주소의 광고 매물 중 어디쯤 위치하는지가 표시된다. 왼쪽은 낮은 가격대, 가운데는 평균 구간, 오른쪽은 상위 가격대다. “Dieses Angebot 26,22 €/㎡” 같은 숫자는 현재 광고 중인 유사 매물과 비교했을 때 이 집이 상단에 가까운지, 평균인지, 혹은 저가인지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 ‘법적 Mietspiegel’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계약된 평균도 아니다. 단지 지금 시장에 올라와 있는 매물들의 상대적 위치다. 즉, 그 순간의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온도계 같은 지표다.)
봄철에는 그 막대의 오른쪽 영역에 매물들이 더 많이 몰린다. 신축이나 고급 옵션이 붙은 집은 30 €/㎡를 넘기기도 한다. 같은 동네라도 몇 달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오른 것을 체감하게 된다.
물론 뮌헨이 갑자기 저렴해지는 마법 같은 시기는 없다. 수요가 워낙 강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유리함은 분명 존재한다. 봄과 가을은 집주인의 계절이고, 겨울은 세입자의 계절이다. 결국 월세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타이밍과 수요, 그리고 심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같은 집이라도 언제 내놓느냐에 따라, 같은 예산이라도 언제 찾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동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운'이고 '타이밍'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