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팔리지 않는 집들

by 빈스


상상도 하기 싫은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덮쳤던 시절.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집 안에 갇혀서 지냈던 터라 집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던 시기였다. 아이를 키우는 집은 맘대로 나가 놀 수 없는 상황에서 마당 있는 집을 선호했고, 홈오피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도심 근처의 좀 더 쾌적하고 큰 집들이 인기를 끌었었다. 한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대출 금리는 바닥을 쳤을 때라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때였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값과 떨어지지 않는 월세, 그리고 저렴한 대출 금리는 내 집 마련의 심리를 충분히 끌어올리고도 남았다.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고, 언제 그런 악몽의 시간이 있었냐는 듯 다시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걸어 잠근 금융시장 흐름은 다시 물가를 안정시키고, 금리를 높였다. 집값은 보통 그 시기에 10% 이상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오른 집값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대체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오래된 집들이 원래의 가격을 찾아 돌아갔고, 수많은 건설사들이 파산을 하기도 했고 공급이 줄어들기도 했으나 대도시의 신축은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


내가 사는 작은 소도시는 그 시절에 지어진 신축 단지들이 있는데, 코로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도시의 크기와 인구수에 비해 최상단의 가격으로 매물이 나왔었다. 그리고 그 단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팔리지 않고 있으나 대규모 건설사가 지어서 그런지 그 오랜 시간을 임대로 돌리거나 가격 하락을 하지 않고 꾸준히 매물로 내놓고 있다. 개인이었으면 힘들었겠으나 워낙 이름 있는 대형 건설사라서 몇 번의 마케팅 시도 (보조금 형식) 정도만 하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 단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한화로 치면 대략 35억 정도 하는 대형 빌라 (실내 수영장까지 대규모로 갖춰짐)나 한화로 20억 상당으로 다소 안 좋은 시골 지역에 위치하였지만 여러모로 잘 지어진 큰 빌라 형식의 주택 등도 몇 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거실 포함 방 4-5개 정도 사이즈의 국민 하우스 평형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괜찮은 수준이며, 가격이 평균이거나 살짝 저렴하게 나온 정도의 주택은 나오자마자 팔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국민 평형이라고 하더라도 에너지효율이 높거나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정도의 관리상태, 평균 이상의 가격대의 집들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많고 산업이 발달하고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대도시라면 웬만한 매물은 주인을 찾아갈 수 있겠지만 결국은 수요가 적은 도시에서 너무 과한 매물 또는 추가 자본이 많이 들어가야만 하는 매물들은 그것을 받아줄 매수인이 확률적으로 많이 적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대대 손손 살면서 자식 물려주고, 손자 손녀 가까이서 보면서 터줏대감으로 살 각오가 되어 있는 (시골 살면 거의 집성촌 수준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됨) 경우가 아니라면 (그 경우도 보통 땅만 싸게 분양받아놓고 천천히 본인들이 집을 지어서 최대한 저렴하게 집을 지음) 내가 살고 싶은 집보다는 나중에 팔고 나갈 때 잘 팔릴만한 집을 구매해서 들어오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코로나 시절 금리는 대략 0.5% - 1%였고, 그 직전에는 대략 1.6-2% 였으며, 이후에는 4-5%까지 올랐다가 지금 현재는 대략 3-3.5% 정도 선에 있는데, 이 정도 대출 금리면 한국에선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비싸고 부담이 될 수 있는 선인 것 같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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