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가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예방접종이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 HPV 예방접종이다. 한국에서도 점점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독일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 백신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학교에서도 안내가 오고, 소아과에서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예방접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유명의사들도 많고, 부작용에 대한 뉴스도 본 적도 있어서 사실 부모로서 많이 망설이긴 했다.
HPV는 Humanes Papillomavirus의 약자로, 자궁경부암을 포함해 여러 암과 관련된 바이러스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보통 9세에서 14세 사이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예방접종 수첩(독일에서는 Impfpass)을 학교에서 점검을 해주었는데, 해당 예방접종이 미접종이라며 접종을 권장한다는 안내문이 왔다. 한국에서는 특히 남자 청소년에게까지 이런 자궁경부암예방접종을 특별히 권하지 않고 부모들도 그다지 챙기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학교에서 권장을 하니... HPV의 경우 독일에서는 9세부터 14세 사이에 접종을 시작하면 총 2회 접종으로 완료된다. 보통 첫 접종 후 6~12개월 뒤에 두 번째 접종을 하면 된다. 만약 15세 이후에 시작하면 3회 접종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예방접종을 받을 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HPV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과정이 있어서 처음에는 좀 낯설 수 있어서 정리해 본다.
먼저 동네 Hausarztpraxis(주치의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을 하면 된다. 독일에서는 많은 예방접종을 소아과뿐 아니라 주치의 병원에서도 진행한다. 병원에 전화를 하거나 접수 데스크에 문의하면 보통 이렇게 안내한다.
“전자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백신을 받아 오세요.”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바로 백신을 맞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에서는 병원에서 처방전 → 약국에서 백신 수령 → 다시 병원에서 접종이라는 흐름이 꽤 흔하다. 필수 예방접종이나 독감 같은 경우, 대부분은 병원에 백신이 준비가 되어 있어서 이런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 없지만 HPV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 오전에 먼저 나만 병원에 들러 HPV 백신 처방전을 받았다.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접수 데스크에서 예방접종 수첩을 보여주고 전자 처방전을 받으면 된다. 아이들 의료보험카드를 가져가면 그 안에 전자 처방전을 넣어준다. 예전에는 전부 종이로 된 처방전이었지만 이제 독일도 이런 전자처방전이 일반화되었다. 간호사가 아이들의 생년월일을 보고 그에 맞게 처방해 준다.
처방전이 담긴 의료보험카드를 들고 근처 약국으로 가면 약사가 냉장 보관된 백신을 꺼내 준다. 우리가 받은 백신은 가다실 9(Gardasil 9)이었다. 이름처럼 HPV의 여러 유형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백신이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에 있기 때문에 우선 집으로 가져와 냉장고에 보관을 하면 된다. 하교한 후에 약국에서 받은 백신을 접수 데스크에 전달하고 잠시 기다리면 간호사나 의사가 접종을 진행한다. 나는 소도시에 살아서 가정의학과가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만 문을 연다. ㅎㅎㅎ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여기 소도시는 그렇다. 그리고 오후 진료가 있는 날은 목요일 하루다. 그래서 백신은 하교하고 목요일 오후에 맞으러 가야 한다. (사족으로, 남들 쉴 때 병원도 쉰다. 그래서 휴일에 밀린 병원 진료 몰아서 보고 싶어도, 병원도 휴가 중이라 못 가고, 대체 병원 안내는 해주지만 그건 급할 때 가는 것이고 주치의도 아니기 때문에 별 효용성이 없다.)
독일의 법정 건강보험에서는 권장 연령대 아이들의 HPV 예방접종 비용을 부담한다. 덕분에 부모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아이들의 예방접종을 진행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예방접종을 할 경우에는 비용이 꽤 비싼 예방접종이기에 지원될 때 맞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건강보험회사에 따라서 각자 보너스 프로그램들이 있다. 내가 사용하는 보험회사에서는 예방접종, 치과 진료, 피부암진료, 건강검진, 그리고 스포츠 활동 증명 등을 횟수에 따라 10유로씩 준다. 작년에도 그런 검진받은 거 모아서 아이들 통장으로 각각 보너스가 입금되도록 했었다. 이번에도 예방접종받자마자 건강보험카드에 적힌 예방접종 증명사진 찍어 올려서 보너스를 신청했고, 아이들 통장으로 입금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