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정보 디톡스

정보가 넘치는 시대, 고요한 시간 갖기

by 빈스



독일에 살다 보면 처음에는 무엇보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거주 비자, 집 구하기, 직장, 학교, 아이들 교육, 세금, 보험, 생활 시스템까지.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당연히 정보를 찾아보고, 묻고, 비교해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러 경로를 뒤지게 된다. 검색을 하고, 커뮤니티를 읽고, 지인에게 묻고, 유튜브를 찾아본다.


처음에는 그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머릿속이 꼬이고, 마음은 불안해진다. 인터넷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다닌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건 절대 안 된다.”
“이 학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독일 교육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전혀 다른 경우도 많다. 지역마다 다르고, 학교마다 다르고, 담당 공무원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어떤 정보는 단순한 경험담이고,
어떤 정보는 몇 년 전 이야기이고,
어떤 정보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카더라이기도 하다.



정보가 아니라 ‘불안’을 소비하고 있었던 것


커뮤니티를 오래 보다 보면 이런 감정이 생긴다.

“우리 아이 교육 괜찮은 걸까?”
“지금 선택이 틀린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다 더 잘 준비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아무 문제가 아닌 일에도 남의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정보를 얻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예상 못했던 불안을 소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복도, 타인의 불행도.. 입력이 지나치면 더 이상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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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정보 디톡스’를 조금씩 한다


물론 정보는 필요하다. 특히 행정이나 법, 제도 같은 것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찾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공식 자료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확인하면 미리 준비해서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영역이 그런 것은 아니다.

자녀교육, 가치관, 인생관, 삶의 방식과 같이 정답이 없는 분야는 오히려 너무 많은 조언과 경험담이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답을 찾으려고 한 질문에 많은 정보가 혼란을 야기한다.




조용한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답을 준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그래도 의도적으로 이러한 원치 않는 정보의 난입을 막기가 물리적으로 쉽다. 어차피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고, 이제는 아이들도 많이 자라 아이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마주치거나 만나야 하는 사람들도 없어지고, 정말 내가 원하는 시간을 꾸릴 수가 있게 되면서 이런저런 루트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 디톡스가 되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허전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면서 오히려 머리가 맑아짐을 느끼게 된다. 비어있는 시간에 차라리 멍을 때리고, 그 시간에 다양한 흩어지는 생각들이 마구 오고 가다가 정리가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배우자와 아이들과 산책을 하거나 외식을 하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것이 정말 좋다. 그러면서 남의 말에 휘둘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던 티도 많이 벗겨내게 된다.


내 안에 답이 있으니 너무 남 이야기에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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