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내가 중학생일 때였다.
‘딸꾹! 딸꾹!’
새벽 1시 즈음까지 시험공부 중이었고,
갑자기 딸꾹질이 나서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엄마가 안 주무시고 소파에 누워계셨다.
엄마는 나를 보고는 갑자기
“너 예슬이 볼펜을 훔쳤다며?”하시는 게 아닌가?
뜬금없는 황당 발언에 나는 억울함으로 소리쳤다.
“아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울그락푸르락 하던 나의 얼굴에
엄마는 깔깔 웃으며 소리치신다.
“딸꾹질 멈췄다!”
“나원 참.. 그런데 왜 엄마 안 자고 있어?”
“딸이 공부하는 데 기다렸다 자야지. 늦었으니 어서 자.”
사각사각..
밤늦은 시각에 공부하는 아들의 연필소리
드르렁드르렁
저 안방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편 코 고는 소리
공부하는 아이 잘 때까지 기다리느라
소파에 누워있는 나의 모습이
그 옛날 딸꾹질하던 나의 모습과
엄마의 말장난과 함께
이리저리 어우러져
마치 데자뷔처럼 스쳐 지나간다.
생각해 보니 그때 내 나이가
지금 내 아이의 나이와 비슷했고,
그때 엄마의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고,
그 당시 엄청나게 커 보였던 엄마가
얼마나 어리고 젊었었는지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