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스 Sep 26. 2023

예민한 엄마의 독일 학교 전학 상담기

국제학교에서 독일 공림학교로의 전학상담

나는 걱정과 불안이 꽤 많은 예민한 엄마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속한 장소의 분위기가 한 번에 들어오고,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 상태가 나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이와 나는 친밀하지만 서로 분리된 타인인데, 아이의 감정은 내 안에서 2배, 3배로 더욱더 커져 나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르고 싶은데, 때론 그냥 방치하고 싶은데, 그것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이 예민함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꽤나 피곤하지만, 그 덕분에 항상 미래를 대비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민함은 걱정과 두려움을 이겨낼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천하태평 걱정 없는 다소 둔감한 사람들이 현재에 만족할 때 나는 예민함의 부스터를 달고, 내 안의 걱정을 꼭 껴안고, 함께 앞으로 달려갈 힘을 얻는다. 마치 물에 빠진 아이가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뭍으로 나오려는 것처럼. 한 예로, 내가 독일에서 실거주용 하우스뿐만 아니라 집에서 100km는 떨어져 있는 대도시에 투자용 아파트를 구입한 것도 부자가 되고 싶러서가 아니라 해외 살이 중 미래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동기였다.


<미움받을 용기>


사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실체가 없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에 사로잡히곤 한다. 해외살이는 이러한 공포심이 더 커진다.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내 옆에 나를 도와줄 그 누군가가 우리 4식구 외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는 극심한 공포를 경험했다. 내가 지켜내야 할 아이들이 있는데 가족 중 누가 아프더라도 장보는 문제, 병원 입원이나 간호 문제 등 생각하면 답이 안나오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극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고국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비빌언덕 하나 없이 살아낸다는 것은 무의식중의 긴장감과 불안을 안고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속 시원히 내 마음을 내뱉기도 힘든 생소한 언어, 힘든 내 마음을 위로해줄 따끈한 한식 밥상 재료하나 편하게 구하기 어려우니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예민함을 더 부축인다. 작은 일도 크게 부풀리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 경험상 발품과 손품을 팔아 몸을 움직여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모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정보가 모이게 되면 문제 상황이 명확히 이해가 되면서 좀 더 냉정하게 현실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씩 해결하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이제 독일 국제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의 전학을 결정했고, 불안했다. 이 걱정을 하나씩 깨부수기 위해 나는 우선 독일에서 학교를 알아볼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인 Schulamt(교육청)에 방문했다. 검색창에 'Schulamt +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명'을 치면 해당 지역 담당 교육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거기에는 거주 지역 내 모든 학교급별로 정보들이 있고, 내 아이와 맞는 학교를 찾아주거나 추천해 주기도 한다. 그곳에서 나 역시 지역 내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학교들의 리스트를 받았다. 학군지 내 초등학교인 그룬트 슐레(Grundschule)와 외국인 학생들에게 독일어 기초를 가르쳐 주는 통합 언어반 (Deutschklasse, Intensivklasse, Übergangklasse)을 운영하고 있는 두 개의 학교가 있었다.


학교 리스트를 받고 나서 나는 학교에 전화를 해서 교장 선생님과의 면담 날짜를 잡았다. 나는 급한 마음에 비서와 외국인 반 담당 선생님에게도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교장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비서는 원칙에 입각한 정보만을 던져주기 때문에 비서들의 말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하고 가장 확실한 건 학교장과의 면담이다. 생각보다 교장 선생님은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많은 예외 사항들이 그 자리에서 처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즉, 기본적인 원칙과 정보만을 접했을 때는 안될 수도 있다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지만, 교장 선생님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문제 상황이 해결되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독일 학교는 까다롭고 원칙에 근거한다. 따라서 나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면 관련 조항을 미리 알아보고, 최대한 많이 정보를 입수한 후에 교장을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체됨을 막을 수 있고, 보다 빠르게 내가 원하고 꼭 필요한 정보와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행정의 특성상 엄청 그 기간이 미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 해당 그룬트 슐레 교장 선생님이 독일어가 안 되는 학생을 당장 정규 학교에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반이 개설되어 있는 멀리 있는 학교에 우선적으로 다녀야만 했는데, 그 학교에서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으려 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입 독한 지 3년이 이미 지난 상황이었고, 국제 학교에 다니다가 왔기 때문에 독일 입국 1년 내라는 조항에 위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국제 학교에서 독일어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예외 사항과 아이들의 성실성을 기반으로 작성된 국제 학교에서의 리포트, 그리고 바이에른 주의 경우에는 2학년 이후에 독일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김나지움에 지원할 때 요구되는 성적 요건에 융통성이 있다는 사실을 바이에른주 교육부에 문의해서 이메일로 확답을 받은 내용 등을 함께 상담할 때 이야기하면서 담당 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준비성과 간절함, 성실성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계획까지 어필을 했었다. 우리에 대한 인상을 좋게 받아들이신 교장 선생님이 교육부 담당자과 직접 통화를 한 후에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받아주셨다. 행정상의 핑계로 이래저래 기다리다 보면 하루가 아까운 우리 입장에서 아이들이 독일어를 습득할 시간이 줄어드는 꼴이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교장선생님을 만났던 기억이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진심과 정성은 통한다.


또 한 가지 팁! 독일 학교든 독일 행정 관련 이슈이든 정보를 얻거나 나의 요구를 관철시켜야만 하는 경우, 이메일은 되도록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전화를 하고 약속 시간을 정한 뒤,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것이다. 이메일은 정말 너무 멀어서 쉽게 가지 못할 경우에나 쓰는 것이고, 제대로 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무조건 전화하거나 또는 한두 마디만 듣더라도 직접 얼굴 보고 묻고 상담을 했는데 그 안에서 언어적 메시지 외에 비 언어적 메시지, 그리고 학교 환경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판단을 내리기가 더 좋았다.


독일의 느리고 고지식한 행정처리절차는 독일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Bürokratie는 관료제라는 뜻으로, 규칙과 절차에 따라 행정이 이루어지는 형태를 말한다. 이는 사회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단점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규칙과 법률에 과도하게 의존, 개별 사례에 대한 공정성과 적절성이 무시, 규칙과 절차의 이행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성, 행정의 정보와 권력이 불균형하게 분배 등이다. 많은 독일인들도 독일의 이러한 관료주의 (Bürokratie)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적절하게 줄이고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독일인들도 이러니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영주권을 딴 이민자들은 악명 높은 비자청에 다시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웬만한 정보의 80%는 다 공개가 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손품, 발품을 팔면 일정 수준 이상은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민자라서, 독일어가 안되어서 독일 커뮤니티에 속해있지 못해서 정보의 부재로 인해 슬퍼하기보다는 담당자에게 직접 찾아가 물어보고,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독일맘들 사이의 정보가 항상 객관적인 정보도 아니라는 맹점이 있으니 말이다. 주관적인 경험치일 뿐인 경우도 많으니까. 오히려 독일엄마들보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 때도 많다. 나는 독일어를 못해서 검색을 못한다고 말하지 말자. 요즘 구글 크롬(Chrome)을 비롯해 검색 엔진들에서 다 한국어로 번역해준다. 번역이 완벽하진 않지만 외국인 엄마들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정보 찾기가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낯선 땅에서 생겨나는 불안감의 실체를 줄여나가다 보면 어느덧 단계적으로 문제가 해결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생, 학령기 자녀와 독일에 온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