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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 May 16. 2024

독일에서 명이나물(Bärlauch) 키우기

산마늘


독일에서 4월이 되면 마트에서 ‘명이나물(Bärlauch)’을 볼 수 있다. 3월 즈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식물 중에 하나로 3-4월이 제철이다. 5월이 되면 하얀 명이 꽃이 피고, 곧 씨앗이 맺히며, 6월이 되면 어느새 자태를 감추고 노랗게 잎사귀가 변해버린다. 물론 독일에서는 명이가 지고 나면, 아스파라거스(슈파겔: Spagel)가 제철 보양식으로 그 명성을 이어받는다.


Bärlauch Suppe mit Spagel Stück 슈파겔이 들어간 명이스프


한국에서 맛본 명이나물은 크기가 훨씬 크고, 질긴 식감인데 독일에서의 명이나물은 얇고 부드러운 축에 속해서 나는 독일의 명이나물이 입맛에 더 잘 맞는다. 명이 나물은 봄철에 잠깐 맛볼 수 있고 마트에서 구입할 경우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이나물 지도를 구해 명이가 서식하는 장소를 찾아가 직접 명이 나물을 캐 먹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너무 많은 명이를 캐는 것은 불법으로 벌금을 물 수도 있고, 산짐승이나 반려동물 산책 시 대소변 등으로 오염이 되기도 하고, 독성이 있는 은방울꽃과 생김새가 비슷하여 잘못 채취하여 먹을 경우 위험할 수 있는 이유로 나는 집에서 소량으로 직접 명이를 키워보기로 했다.




명이나물을 씨앗부터 발아해서 키우게 되면 식용까지 최소 3-4년은 키워야 가능하므로 보통은 5-6년 산 명이나물 구근을 구해서 키워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나는 2023년에 독일 개인 정원에서 깨끗하게 키운 명이 나물 구근을 조금 분양받았다.


구근을 분양받는 시기는 3월 즈음 명이가 땅 속에서 막 나왔을 때 받는 것이 옮겨심기 가장 적당한 때인데 나는 이미 꽃이 필 무렵 좀 늦은 시기에 분양을 받아 식재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을 했었다. 일단 작게 화분 두 개에 시범적으로 키워보기로 하고 옮겨 심었는데 역시나 많이 성장한 명이나물은 몸살을 앓았다. 그래도 역시 강인한 생명력으로 며칠 후에 다시 살아나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축 처져 몸살을 앓던 명이가 되살아났다.


벌써 꽃대가 올라오는 명이. 명이꽃이 잠시 피고 씨앗이 맺힌 후 날씨가 더워지면 금세 잎사귀가 지는데, 이때 명이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땅을 엎어버리거나 또는 누렇게 변한 잎사귀가 보기 싫다고 꺾어 버리면 안 된다. 6월부터 명이는 누렇게 변해버린 잎사귀로 열심히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을 하고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잎사귀, 꽃, 씨앗 대신 이제 뿌리에 에너지를 집중하여 추운 겨울을 나고 구근 번식도 하게 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명이의 습성을 미리 공부했던 나는 작년 여름과 추운 겨울을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그대로 두어 보관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4년 봄…




추운 겨울을 땅 속에서 뿌리에 힘을 기른 명이 새순이 슬슬 자태를 드러내는 중.



긴긴 시간을 화분 속에서 추운 겨울 눈바람을 이겨내고 이듬해 존재감을 드러내준 명이가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땅 속에서 뿌리 번식을 했는지 작년보다 수세가 늘었고, 씨앗이 자연발아해 아기아기한 1년생 명이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이 작은 명이가 먹을 만큼 자라려면 또 3년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풍성하고 신선하게 잘 자라준 명이나물은 필요시에 바로바로 여러 번 따먹었다. 마늘 향이 나서 사실 장아찌로 담가 먹을 때 냄새 걱정 때문에 되도록 휴일을 껴서 먹는 편이고, 된장찌개나 명이 부침개, 샐러드 등으로 먹으면 그나마 냄새가 덜 난다.


​​

명이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독일 사람들은 명이 페스토를 만들어 빵에 발라먹는 것을 즐긴다. 파스타나 각종 음식에 허브처럼 잘게 잘라 뿌려 먹기도 하고.


5월 중순이 되어 날씨가 더워지자 명이는 꽃이 만개했다가 금세 씨앗을 만들었다. 명이는 주로 그늘에서 자라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피하고 그늘진 곳에 두어야 더 오래 신선하게 키울 수 있다.


하얀 명이꽃


씨앗이 익으면 까맣게 변한다.


올해는 화분 두 개지만 내년에는 화분을 늘려 더 많은 명이를 키워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점점 한 해 한 해 늘어가 언젠가는 명이 부자가 되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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