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구조화한다는 건,
결국 ‘나’를 정리하는 일이다

[나만의 강의 브랜드를 만드는 실전 가이드] 제공

by Sung

강의를 오래 지켜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경험이 많아 보이는데도 강의는 산만한 경우가 있고,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도 강의가 중심축이 명확하게 서있어서, 엄청나게 흡입력이 있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그것이 강연가의 말발이나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표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 차이를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됐다.

그건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는가였다.


좋은 강의는 결국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중이 듣기에 쉽게 이해가능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구조화해 본 사람에게서 나온다.


지난 글들에서 나는 ‘강연자의 세계관’과 ‘구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제로 내 경험과 서사를 어떻게 구조화해야 하나의 기똥찬 강의,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그 실전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강의의 첫 단계는 ‘꺼내기’다


한때 나에게도 대학교에서 강의 제안이 온 적이 있었는데, 내가 처음 고민했던 것이 "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지?"였다.

창업하다 망한 이야기를 해야 할지, 취업이 안돼서 100번 넘게 면접 본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아니면 "엄마창업가" 로써 이야기해야 할지.. 대학시절 알바만랩으로 경험 쌓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강사들이 처음 강의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이 바로.‘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지?’부터 고민한다. 현재의 자기 위치를 만들어 오는 과정 동안 숱한 경험들을 했는데 이걸 어떻게 엮어서 이야기로 만들지 감이 안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의 강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어떤 경험적, 전문적 재료가 있는지 모조리 꺼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치 레고작품을 만들기 위해 와르르 레고블록을 섞어서 바닥에 붓는 거처럼


아무 순서 없이, 평소라면 기록하지도 않았을 사소한 생각까지 포함해서 나를 이루는 조각들을 꺼내보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보통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할 때 재료를 꺼내기 위해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이다.


오래 붙들어온 고민

반복되는 실패 패턴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묻는 질문

일하면서 쌓인 전문성

감정적으로 요동쳤던 순간

나만의 노하우, 나만의 기준


이걸 20~30개만 꺼내도, 재료들 간의 어떤 연관성이 드러나고 유기적인 스토리가 만들어지면서 내가 굳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내가 겪어온 경험과 학습과정들이 관통하며 현재의 나를 이르게 한 결국엔 하나의 결론을 이를 수밖에 없는 한 가지 ‘나의 결’은 드러나기 시작한다.


2. 나를 관통하는 질문 하나를 찾는다


그리하여 내가 정의하는 좋은 강의의 핵심은 “어떤 내용을 많이 알고 있는가?”가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한 가지 문제를 오래 붙들고 살아왔는가"가 드러나고, 그것을 중심으로 서사가 이어지는 강의이다.


내가 어떤 문제를 오래 붙들고 살았는지,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내가 꺼내놓은 이야기 재료들을 상기하면서 스스로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면, 나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어떤 문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가?

나는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나누는 얘기는 무엇인가?

평생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있는가?


내가 살아오면서 각기 전혀 연결성 없는 경험들과 시련들을 겪었다고 할지라도 위의 질문들을 통해서 나를 관통하는 하나의 결은 분명 나오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책이 제일 적합한 사례인데, 퍼블리 창립자 박소령대표는 10년간의 창업과정에서 겪은 "실패를 통과하는 과정"을 적었다. 지금이야 흔해졌지만, 뉴스레터나 콘텐츠를 유료로 구독하는 그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BM을 가진 창업가로서 그녀는 얼마든지 스스로의 선구자적 관점을 드러낼 수도 있었고, 이미 exit 한 사례를 들어 창업씬에서 좋은 강연가로 남을 수 있었다. 그녀만 감춘다면 그 시절, 창업자가 겪어야 할 고통은 굳이 드러내지 않고 우아한 창업가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책에서 스스로 겪어냈던 다양한 실패와 그 실패를 이겨내기 위해 시도했던 것들, 그리고 이겨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던 시도들, 그럼에도 실패를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했던 노력과 그 후 스토리들을 가감 없이 적어냄으로써 "한때 잘 나가던 창업가"의 진부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실패를 관통하며 목숨 바쳐 키워온 처절한 생존기" 같은 이야기로 자신의 결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이 과정의 이야기보다 이 시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강인함 같은 것들에 매료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솔직함과 날것의 이야기들은 많은 창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고, 현재는 꽤나 출판씬에서 탑티어가 되어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제목 그대로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이 자체로 이미 좋은 강연이 될 것이다.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그녀가 겪어온 이야기를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살아왔는가" 명확하게 정의하였으므로.


결국 재료는 중요치 않다. 그녀가 감자탕집을 운영하며 다른 류의 실패를 겪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그녀의 나름대로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살았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에 대한 서사를 잘 뽑아내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경험과 어떤 재료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너무 스스로의 강의력을 평가하지 말자.


강의는 결국 내가 계속 고민해 온 문제를 정의하고, 다른 사람에게 ‘정리된 흐름’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목표이다.


3. 어떤 흐름으로 진행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기승전결이다.

영화가 재미있는 건 처음엔 별일 없다가 갑자기 사건이 터지고 그것을 어렵고 힘들게 수습하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가는 구조화에 우리가 이입되기 때문인 것처럼, 모든 강의도 결국 어떤 흐름을 가지고 청중의 이입을 끌고 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역량이다.


강의의 구조화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는데,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아래 3개 정도 나눌 수 있다.


✔ 구조 예시 1


문제 → 관점 → 해결


강사분 중에, 정리전문가 윤선현이라는 강사분이 있는데, 이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리"에 대한 강의를 해오셨다. 우리가 정리라고 하면 무언가 잘 안되고, 자꾸 죄책감이 드는 영역인데 이분은 우리가 정리에 가진 관점에 대해서 다시금 정의해 주시고, 대단한 액션이나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내 관점과 시야를 조금 달리해서 일상에서 정리습관을 가질 수 있는 스킬을 알려주는 강의를 하신다. 이런 분들 강의를 듣다 보면 "아 내가 더러운 사람이어서, 정리를 못하는 게 아니구나" " 아 이 정도만 신경 써도, 이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구나" 식의 개념의 확장과 생각의 변화가 올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이나 마인드셋을 다루는 주제라면 이 구조가 적합하다.


✔ 구조 예시 2


스토리 → 메시지 → 적용


김수영 작가의 경우, "멈추지 마 꿈부터 써봐"라는 책을 내고 동일한 주제로 강의를 많이 했다. 불우했던 청소년 시기를 겪었지만 스스로 꿈을 꾸고,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던 서사들을 이야기하며 그 꿈을 기어이 이뤄낸 경험들을 토대로, 누구나 자신의 꿈을 가지고 이루고자 한다면 , 꿈은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했는데, 이 내용들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버킷리스트를 써본다던가 정말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어서 아직도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었던 청중에게서 "덕분에 꿈을 이뤘다"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자신의 스토리에서 꺼낼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 사람은, 이것을 청중이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구조로 강의하면 좋을 것 같다.



✔ 구조 예시 3

경험 → 배움 → 변화


사장학교의 저자 김승호 대표는, 자신의 꿈을 100일간 적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간절히 바라왔기 때문에 스스로 그 내용을 지속적으로 암시함으로써 암시효과가 나타나고 실제로 100일의 필사로 어떤 꿈들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늘 목표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적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이 내용은 김승호 대표가 운영하는 사장학교에서 가르치는 챕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연히 글로 적는다고 모든 꿈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사실 그가 진정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렇게 적음으로써 스스로 뇌에게 확신을 주고, 좀 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자신감을 얻는 심리적 효과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보면 사사롭고 작은 습관일지이라도 이 역시 꾸준히 하는 행위자체로도 자신의 습관형성에 기여하여, 스스로를 변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한 깨달음, 그리고 스스로에게 온 변화들을 나열하는 구조로 강의를 하다 보면, 어떤 의심을 가지거나 의욕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변화의 물꼬를 틀어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사실 3가지로 구분하긴 했지만, 3가지의 모두를 포함하거나 비슷한 구조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변화, 깨달음들이 명확하게 설정된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청중은 ‘방향’을 보고 따라오고, 강사는 그 방향 속에서 깊이를 만들 수 있다.


강의 코칭을 하거나 강의안을 만들어 줄 때, 항상 그래서 내가 묻는 첫 질문이 이것이다.


“이 강의의 첫 장면은 무엇이고,
마지막 장면은 어떤 기분으로 끝나야 할까요?”


흐름을 잡는다는 건 강의의 감정선과 논리선을 동시에 잡는 일이다.


4. 반복되는 흐름이 결국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는 다양한 디자인이 아니라 일관된 결에서 나온다.

나는 오랫동안 상품브랜딩도 함께 해왔는데, 브랜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일관된 메시지인 것 같다.

강의, 강사 역시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일관된 메시지와 흐름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


어떤 강사는 항상

문제 정의 → 원리 → 적용이 흐름을 좇는다.


어떤 강사는 이야기 → 통찰 → 질문 형태를 반복한다.


어떤 강사는 정확한 문장 몇 개로 자기 관점을 먼저 세우고 이야기를 열어간다.

이게 바로 그 사람의 ‘강의 스타일’이고 ‘브랜드’다.


우리가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분도, 늘 보면 처음엔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관중들과 호흡하다가, 가슴을 툭 치는 이야기들로 깊이 있는 감동을 주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친절히 설명해 주는 강의 플롯을 가지고 간다.

소재도 바꾸고, 주제도 바뀌지만 그가 강의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내는 그만의 강의스타일은 늘 일관성이 있다. 사람들은 그의 일관성 있는 강의 스타일에 매료되어 늘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만의 스타일로 풀어낼지 궁금한 것이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가수가 매력 있는 것처럼

결국 강의도 어떤 소재와 이야기를 가지고 와도,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하고 우리에게 들려주는지가 나만의 강의 브랜드가 된다.




[내 강의를 점검해 보는 7가지 셀프 체크]


강의를 처음 만드는 사람도, 오랫동안 해온 사람도 가끔은 내 강의가 잘 만들어진 건지 스스로 궁금할 때가 있다. 아래 7가지 질문은 그런 분들에게 내가 강의를 코칭하며 가장 자주 확인하는 기준들이다.



✔ 1) 이 강의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가?

“내 강의는 ______ 에 대한 이야기다.”


✔ 2) 나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강의는 문제 정의가 절반이다.


✔ 3) 내 이야기에 반복되는 관점이 있는가?

사람은 ‘관점’으로 기억된다.


✔ 4) 강의의 흐름은 3단 구조로 정리되는가?

문제 → 관점 → 해결

혹은 스토리 → 메시지 → 적용


✔ 5) 예시는 3개 이하로 선별되어 있는가?

예시는 많을수록 강의는 흐트러진다.


✔ 6) 강의의 목적은 명확한가?

“이 강의 후 청중이 ○○할 수 있게 된다.”


✔ 7) 이 강의는 확장 가능한 이야기인가?

유튜브·뉴스레터·다른 강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가?


이 7가지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강의는 이미 기획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


마무리하며


강의를 구조화한다는 건 거창한 능력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천천히 정리해 보는 일이다.


내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결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한 번만 정리해 보면 그때부터 강의는 스스로 힘을 갖는다.


고로 당신도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


혹시 지금

“나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지?”

“내 강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라고 궁금해진다면


내가 정리해 둔 실전 가이드에서

당신의 현재 위치를 직접 체크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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