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통해 만나는 수천년의 이야기
‘로마는 마지막으로 보아야 하는 도시’라고 합니다. 장대한 로마 유적을 먼저 보고 나면 다른 관광지의 유적들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로마의 자부심이 담긴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제일 먼저 로마를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로마는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가장 진지하게 반성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숲 신영복의 세계기행 중 -
많은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로마는 다른 도시와는 다름을 느꼈다. 신영복 교수님이 왜 제일 먼저 로마를 보라고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로마는 모든 것이 압도적으로 거대하고, 압도적으로 오래되었고, 압도적으로 장엄하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박물관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로마의 관광명소로 떠나보자.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고대 로마인들이 모여 생활하고 살던 중심이며 사법, 정치, 종교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곳이다. 쿠리아(원로원 회의실), 바실리카(공회장), 로물루스 신전, 2개의 개선문 등 과거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고, 기둥이나 초석만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상대적으로 줄이 짧은 포로 로마노 앞에서 콜로세오-팔라티노-포로 로마노 통합 입장권을 구입 후 이곳 먼저 둘러 보았다. 고대 로마로 시간 여행을 온 듯 과거의 흔적을 둘러보았다. 로마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면서 고생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기도 했다. 매우 넓은 곳으로 체력은 필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둘러보자.
콜로세움에는 잔인하면서도 복잡한 로마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콜로세움는 티투스 플라비우스(Titus Flavius) 황제가 A.D 80년에 지은 건물로 이 건축물을 짓는 데 10만 명의 노예가 동원되어 총 5년 만에 지었다고 한다. 과거 의회 건물로 쓰이기도 했던 이 원형 경기장에는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해서 글레디에이터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던 장소이다. 현재 콜로세움은 원형의 틀만 유지하고 있을 뿐 많은 대리석의 잔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15세기부터 약 3세기 동안 로마의 집권자들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건물에 필요한 자재를 모두 이곳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로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콜로세움에는 해진 저녁에도 가 보길 추천한다. 어두운 역사와는 다른 로맨틱한 분위기와 함께 낮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콜로세오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큰 개선문이다. 이 개선문은 개선문 형태 문들의 원형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비오 다리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315년에 세운 것으로 원래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방치되었던 것을 1804년에 복원한 것이다. 개선문에 붙어 있는 부조물들은 로마 유적지 중에서 제대로 보존된 것들을 끼워 붙인 것이라고 한다.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입구에 있는 진실의 입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 유명한 곳이다. 이 석판은 고대 로마 하수도의 덮개로 바다의 신인 ‘트리톤’의 얼굴을 담고 있다. 대단히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지만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명소이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기부함에 자유롭게 돈을 넣고 입장하면 된다.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처럼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500년대에 건설된 성당 내부에서 잠시 쉬어 가면 좋다.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은 경사도가 상당히 완만하다. 고대 로마 시대의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로 많은 외국 사절들이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바티칸이 아니라 이 캄피돌리오 언덕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따라서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 설계되었다.
큰 계단 위에 전개된 아름다운 광장은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직접 설계한 것이다. 좌우 양쪽의 한 쌍의 건물, 즉 카피톨리노 박물관과 팔라초 콘세르바토리 및 안쪽 정면의 시청사의 3개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과 건물의 디자인은 미켈란젤로의 가장 뛰어난 건축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천재적인 손길을 만나러 가보자.
로마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아름다운 광장으로 평가받는 나보나 광장은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에 스타디움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많은 길거리 예술인들과 초상 화가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나보나 광장에는 세 개의 분수가 있다. 양쪽에 있는 <넵튠의 분수>와 <무어인의 분수>도 볼 만하지만 중앙에 있는 베르니니의 <강의 분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베르니니는 바티칸 대성당의 광장을 만들고, 내부의 천개, 설교단을 만든 천재 바로크 조각가다. 이 분수에 있는 네 개의 거대한 거인상은 각각 갠지스 강(인도), 도나우 강(독일), 나일 강(이집트), 라플라타 강(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에 흐르는 강)을 상징하고 있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는 성당이 많다. 우연히 들어간 성당에서 때마침 음악발표회가 있어 무료로 공연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정해진 곳 없이 거닐기 좋은 곳이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이라는 뜻으로 다신교인 고대 로마에서 모든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이다. 기원전 27년 아그리파에 의해 처음 지어진 판테온은 비잔티움의 소피아 대성당,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돔형 건축물 중 하나이다.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인 라파엘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물이라고 칭한 곳으로 건물 안 성모 마리아 상 아래는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
판테온 근처에는 로마 최고의 카페 타차도로(Tazza d'Oro)가 있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트레비 분수는 클레멘스 12세 교황의 재위 기념으로 지어졌으며 니콜라 살비가 설계하여 1762년 완성되었다. 트레비 분수의 아름다움은 바로크 양식의 마지막 최고 걸작품이라고도 한다. 트레비 분수의 중앙에 있는 근엄한 모양의 부조물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며, 양쪽에 말을 잡고 있는 두 명의 신은 포세이돈의 아들인 트리톤이다. 종종 테베레 강이 범람해서 이곳까지 물에 잠길 때가 많자 바다의 신을 만들어 이를 막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트레비 분수는 '동전 던지기'로 유명하다. 오른손으로 동전을 잡고 왼쪽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된다. 첫 번째 동전은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것을, 두 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세 번째 동전은 그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각자의 소원에 맞게 동전을 던지며 추억을 남겨보자.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 스페인 광장으로 불리고 있는 이 광장에는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에 등장해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이 위치해 있다. 원래부터 이 광장은 수많은 세계적 예술가들이 쉬어 가던 곳으로 괴테, 발자크, 키츠, 셸리, 바그너 등이 즐겨 찾던 곳이기도 했다.
계단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어도 좋고 광장 앞 상인들이 파는 꽃 한 송이를 사서 사진을 찍어도 좋다. 스페인 계단 정면으로 나 있는 콘도티 거리에는 세계의 명품 브랜드 숍들이 가득 차 있어 특별히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눈이 즐거운 곳이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안에는 바티칸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가 있다. 바티칸 시(Vatican City) 또는 교황청(Holy See)이라고도 한다. 바티칸 시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다. 이곳에는 전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베드로의 무덤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다. 베드로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으며, 기독교 초대 주교이자, 제1대 교황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만테의 착공을 시작으로 상갈로,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등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 모여 만들었다. 성당에 들어가면 <피에타> 등 유명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아주 화려하며 바로크 풍의 모자이크와 거대한 조각들은 ‘이 성당이 과연 가톨릭의 본산답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 또한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에 오르면 훌륭한 전망을 볼 수 있다. 특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성 베드로 광장은 거대한 열쇠 모양을 하고 있어 '천국으로 가는 열쇠'로 불린다고 한다.
카톨릭의 본산답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서 기다린 후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자.
바티칸 박물관은 바티칸 궁 몇몇 건물에 교황들이 모아 놓은 예술 작품을 전시한 곳이다. 미켈란젤로 불굴의 명작인 <천지창조>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등 책에서만 보던 홀륭한 예술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 미술의 보고이기도 하다. 여러 개의 전시관과 기념관 등으로 이루어진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자칫하면 미로처럼 헤매기 쉽다. 미리 동선을 계획하고 이동하자. 아니면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핵심 코스를 둘러보길 추천한다.
매일 바티칸 박물관 앞에는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티켓을 사고 입장을 하는데 약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한다. 방문 전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자. 예약비가 추가로 들긴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이틀 동안 로마의 고대 유적을 둘러보면서 부족한 시간과 체력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로마를 알면 유럽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는 로마가 재미없는 곳일 수도 있지만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이다. 늦기 전에 로마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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