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마주 이야기의 기록_2/4

by 코스모스

그래도 웃게 되는 순간들


1.

아이 5살 즈음 어느 날

낮에 고추 썬 손으로 눈을 비볐더니 눈이 너무 따가웠다.

눈도 따갑고 피곤하고 해서 아이에게

"엄마 쇼파에서 딱 10분만 잘게. 엄마 토닥토닥 해 줄 수 있어?"

작고 예쁜 손으로 내 몸을 토닥토닥 해준다.

잠이 살짝 들었는데, 아이가 내 얼굴 쪽으로 입바람을 후~후~ 불고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엄마가 아까 눈 아파해서 불어준 거라고 한다.

눈물이 날 뻔 했다. 이런 순간들이 있는데, 어찌 육아가 힘들다고만 할 수 있을까.


2.

5살 첫째와 뭘 사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옆 아파트에 하얗고, 탐스럽게 핀 매화를 보았다.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좋아했다. 만개한 매화꽃도, 그걸 좋아하는 아이도 나에게 기쁨이었던 날이다.

다음 날 아침,

"엄마 내가 28살 되면 엄마는 몇살이예요?" (그 당시 아이가 28이라는 숫자를 좋아했었다.)

"어디보자... 엄마는 64살이네."

"엄마 늙었네."

"응, 밎아. 그 때쯤엔 엄마도 많이 늙어 있겠다."

"엄마! 나 28살에 어제 본 그 매화 꽃 같이 보러 가요."

"그래. 꼭 그러자."

아이는 이 이야기를 기억할까? 너무 예뻤던 그 순간을 다시 나와 함께 하자고 하는 아이. 세상에 어쩜 이렇게 스윗하고 달콤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는 늘 엄마가 주는 사랑을 몇배로 넓혀 돌려준다.

64살에 아이에게 이 대화 기록을 보여주며 매화보러 가자고 하면 뭐라고 할까? 여느 28살 딸들처럼 바쁘다고 할지도, 엄마는 뭐 이런걸 다 적어놨냐고 타박할지도 모르겠다.


3.

둘째를 낳고, 쓰던 유모차의 커버를 모두 세탁하고 다시 끼워야 했다. 남편이 어렵다고 몇날을 미루고 있길래 내가 하기 시작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내 몸은 하나인데, 나의 손을 거쳐야 하는 사람은 세 사람이다.(남편 포함).

이전에 나와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하던 첫째는 나와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내가 계속 유모차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으니,

"이거 아빠가 해."

"아빠는 잘 못해. 엄마가 잘하니까 엄마한테 좀 하라고 하자."

"싫어. 그래도 아빠가 해."

"거의 다 해가는 것 같아. 조금만 기다리자~ 아빠는 어려워~"

"그렇꺼면 노이(둘째)를 왜 낳았어!? 낳지 말았어야지!"

그동안 마음속에 쌓인 말이 튀어나왔나 보다. 동생이 예쁘지만 엄마를 독차지하지 못하는 건 싫을테지. 그새 또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주해 하지 말고, 첫째와 밀도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며 반성을 했다.


조그맣고 인생을 몇년 살지도 않은 아이가 나에게 기쁨도 주고, 눈물도 주고, 감동과 가르침도 준다. 나는 아이에게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아이가 없던 시절의 나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마음이 넓어지고, 선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 작은 몸이 지닌 능력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싶기도 하다. 아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일은, 그게 가시밭길이든 꽃밭이든 기꺼이 나서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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