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에게 밥을 때 골고루 먹지 않아 잔소리를 좀 했다.
"이제 나는 아빠랑 노이(둘째)랑 같은편 할거야!"
"그럼 엄마 외로운데? 흥~"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제 아빠랑 편 할거야. 맞지 아빠?"
"맞아맞아. 엄마는 이제 혼자다~"
"에잇, 너희 끼리 잘 살아라~"
"엄마, 그럼 우리 놔두고 집 나갈거야?"
"내 편도 없는데 나가야지 뭐~"
"(글썽글썽)"
"울지마~ 이렇게 예쁜 너를 두고 엄마가 어딜가. 아무데도 안가. 걱정하지마. 장난이야~"
내가 집을 나간다니 바로 눈물이 차오르는 아이. 아이에겐 복잡한 생각이나 뭔가를 잰다거나 숨기는 게 없다. 사랑하는 마음이 뭔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나는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
2.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너~~~~~무 좋아!"
수시로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 그걸 들은 남편이,
"세랑아, 아빠는?"
"아빠도 좋긴한데, 너무 많이 먹어서 칭찬까지는 해줄 수 없어."
빵 터졌다. 단호한데 귀여운 말이다. 단호함과 귀여움이 공존할 수 있는 거였나?
뭐가 됐든 엄마가 세상 최고인 나의 첫째.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봐주는 아이가 있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웃는다.
3.
온 가족이 차를 타고 가다 차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나는 건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이 사고를 해결하느라 한동안 남편이랑 나는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 얼마 후 뭔가를 흘린 첫째에게 남편이,
"세랑아~ 사고치면 안되지!!"
"사고는 그때 아빠가 쳤잖아! 맞지 엄마?"
갑자기 그날의 차사고를 떠올렸나보다. 틀린 말이 아니니, 남편은 할말이 없었다. 남편에게 늘 운전 좀 조심히 하라고 말하곤 했는데, 아이가 한방 먹인거 같아 통쾌했다. 꼬숩다.
4.
"엄마, 나는 결혼 안하고 아기도 안 낳을거야!"
이때쯤 아이는 엄마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과정이 나와 있는 책을 반복해서 보았다. 그러다 내린 아이의 결론은 '아기 낳기가 무서워!'였다.
"나중에 엄마, 아빠가 다 죽고 없으면 외롭지 않을까?"
"세랑아. 결혼해도 아이를 꼭 낳지 않아도 돼. 결혼만 하는 건 어때?"
"그래? 그래도 결혼 안 할래."
"그럼 세랑(첫째)이 혼자 살거야?"
"나는 노이(둘째)도 있고~ 음.... 피카츄랑 살거야!"
아이가 한창 피카츄에 푹 빠진 시절이었다. 선물받은 피카츄 인형과 늘 함께했다.
아이의 모든 말은 진심이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 어떤 의도도 없는 순수한 말이다. 아이의 맑은 대답을 듣고 있으면 삶에 찌든 내 마음도 조금이나마 정화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