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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이올렛 Oct 13. 2023

보헤미안 워킹맘의 베이징 이야기

그녀의 프롤로그

보헤미안 워킹맘.  이 단어는 2~3년마다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기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의 생활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보헤미안의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 문학과. 배우.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엄마와 직장인, 여성이라는 존재에 사회가 부여한 선입관이나 편견 등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인생을 책임져나가고 싶은 나의 인생관과도 나름대로 잘 맞는 단어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느순간부터 나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할 기회가 생기면 '보헤미안 워킹맘'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2019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3년간 베이징 주재원으로 파견 나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느꼈다. 요즘엔 주재원들이 워낙에 많아졌지만, 그래도 주재원으로서, 특히, 워킹맘으로서의 주재원 생활은 평소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로인해 내가 조금 더 성장했는지는 아직은 알수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겁많고 걱정많은 내가 다시 또 주재원으로 나가게 된다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갖을 수 있는 배양분이 만들어졌다는 거이다.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고 벌써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SNS로 가끔씩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염탐하며 ‘아, 나도 저기에 살고 있었지’ 하며 추억팔이를 하던 중, 이렇게 그리워하지만 말고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겨났다.  그리고 나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서 일을 하는 엄마들을 위해 ‘겁내지 말아요,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 그리고 약간의 팁을 전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30대의 마지막, 남의 나라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길렀던, 어쩌면 양립하기 어려워보이는 두가지 일을 진심으로 잘 하고 싶었던 나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다. 여기, 나의 인생 중 베이징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는지, 그때는 너무 바빠서 그냥 스쳐 지나갔겠지만, 한번쯤은 되돌아 보고 기억했을때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게하는 그런 작은 선물 말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이제, 나의 기억을 지배할 기록의 긴 여정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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