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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이올렛 Oct 13. 2023

다시 또 떠난다.

2019년 5월 30일. 두 번째 해외 발령을 받았다.     

2016년도, 10개월이란 짧은 첫 번째 해외 발령을 끝으로 약 1년 3개월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하고, 2018년 3월 본사로 복귀해 1년 4개월가량 해외전시회 업무를 하다가 거의 2년 반 만에 다시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회사에서 보내준 국내 학술연수가 다 끝나지도 않았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본사 업무도 적응이 많이 된 상황이라, 6개월 정도는 국내 근무를 더 하고 싶어 다음 텀에 나가겠다고 버텼는데도 인력수급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시 3년간 주재원 생활을 해야 한다면 어느 지역이 좋을까? 공문으로 내려온 파견 가능 지역을 쭉 훑어보다 베이징에서 눈길이 갔다. 베이징.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전 세계 주재원들과 특파원들이 집결해 있는 중국의 수도. 이곳에서 나의 두 번째 주재원 생활을 한다면 어떨까?     


우선 업무량이 아주 많을 것이다.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고. 그 뜻은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나간다면 여유로울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중국 내륙지역이었던 첫 파견지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니 어느 지역을 가든지 업무량이 여유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핵심지역에서의 업무 경험을 쌓아보자는 판단이 섰다. 파견 희망지 1순위를 베이징으로 적었다. 중국어 직렬 군에서는 나름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지만 다행히도 원하는 대로 발령받았다.     


해외 발령 게시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 중국의 수도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게 된다는 자부심, 그리고 두 아이와 고생길이 열렸다는 생각 끝에서 얻게 된 두려움이 마구 뒤엉킨 감정이었다.     


집에 들어와 잠이든 두 아이 옆에 누워 아이들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첫 번째 파견은 첫째가 막 3살이 됐을 때 아이는 한국에서 생활할 남편에게 맡겨두고 혈혈단신으로 시작했기에 지금과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 (물론, 3살밖에 안 된 아이를 한국에 두고 혼자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아이 생각에 밤마다 눈물 바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우울해진다) 그런데 지금은 6살, 3살 된 두 아들과 함께 낯선 이국땅에서 일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한다. 양가 부모님이나 지인이 함께 따라가 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해외주재원과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해외 발령이 필수인 우리 회사에서 발령을 피할 수는 없을 테고. 앞으로 17년간은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텐데, 새삼 몇 있지도 않은 여자 워킹맘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는 과연 일과 가정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이 길의 끝은 해피엔딩일까? 심란한 마음으로 아이들 옆에서 잠이 들었다. ‘에잇,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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