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단짝 알콜솜

국가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

by 빙하



누구는 결벽증이라고 했고, 누구는 오염 강박증이라고 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난 그저 오염된 상태가 싫을 뿐인데. 내가 좀 유별난 건가.




언제부턴가 알콜솜은 이어폰만큼이나 외출 시 없어서는 안 될 영혼템이 되었다. 알콜솜을 어디에 쓰냐. 생각보다 쓸 곳은 많다. 우선 휴대폰 액정을 닦는다. 거의 한 몸처럼 쥐고 사는 휴대폰은 지문 자국부터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 온갖 손때 그러다 끈적한 무언가라도 만지게 되면 액정 위에 물풀 자국 같은 게 고스란히 남아버린다. 그 상태로 다시 휴대폰을 쓰게 되면 내 손도 더러워지고. 내 손을 거쳐간 다른 모든 것도 똑같이 배로 더러워진다. 이때 유용한 게 바로 알콜솜이다.




물론 휴대폰 액정만 닦기엔 내 성에 차질 않는다. 들고 다니는 손거울도 닦고 립스틱 겉면도 닦고 심지어는 버즈 케이스도 닦는다. 가죽으로 된 지갑이나 카드 지갑은 이를 꽉 깨물고 참는 편이다. 대신 물티슈로 가끔 닦아준다. 정말 거슬리는 오염 같은 게 보이는데 왠지 알콜솜으로 지워질 것 같다 싶으면 아주 가끔 슬쩍 알콜솜으로 쓸어주기도 한다.








밖에서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알콜솜의 역할은 집에 도착했을 때 더욱 제 값어치를 드러낸다. 일단 집에 들어와서 손을 씻고 나면 제일 먼저 알콜솜 하나를 찢어 휴대폰 액정을 닦는다. 바깥에서 썼던 휴대폰은 어느 정도 오염이 된 셈이니 이대로 집에서 쓰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액정부터 휴대폰 케이스 뒷면까지 닦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다음은 에코백에 들어 있던 닦을 수 있는 몇몇 아이템들을 슥슥 쓸어준다.




처음엔 그런 것도 닦냐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묻던 엄마도, 이젠 내가 휴대폰을 닦을 때면 옆에서 본인의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내민다. '내 것도 닦아줘. 오늘 엄마 손 더러웠어.' 라면서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격이 올라버린 알콜솜




인터넷에서 구매를 하면 다섯 박스에 만원 꼴로 구할 수가 있어서 늘 온라인 스토어를 이용하는 편이었다. 만원 어치 사다 놓고 쓰다가 한 팩 정도 남았을 때 새로 구매하고, 또 구매하고. 그런데 맙소사.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알콜솜 가격이 올랐었다. 한 팩에 이천 원 꼴 하던 걸 사오천 원에 살 생각 하니 그게 너무 아까운 거다. 그렇다고 내가 이걸 안 쓰고 살 수 있느냐. 그건 불가능했다.




그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 버튼 앞에서 마우스 커서를 서성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 날 잡고 서치를 했었다. 다행히 코로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구역이 하나 있긴 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그전과 비슷한 값에 판매를 하길래 고민할 필요 없이 결제부터 마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평소에 쓰지도 않을 바늘침 같은 걸 묶어서 샀다는 것이다. 이걸 어디다 쓸까 하다가 가끔 뾰루지 짤 때 도움닫기(?) 느낌으로 몇 번 사용해봤는데, 흉터만 남는 느낌이라 내 방 어딘가에 곱게 처박힌 신세가 됐다.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고 든든한 광경




지금도 내 방엔 알콜솜 세 팩 정도가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고 있다. 어젠 이걸로 거실 TV 리모컨을 닦고 노트북에 생긴 얼룩을 지웠으며 신용카드 모서리도 문질렀다. 회사에선 키보드와 마우스 청소에 그렇게 유용할 수가 없다. 특히 마우스 틈 사이에 낀 먼지는 알콜솜을 각지게 접어서 넣어 쓸어주면 거진 100에 90은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된다.




어째 글이 알콜솜 찬양만 하다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마 나 같은 알콜솜 러버들은 다들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과도하게 사용하는 감이 있다고 해도 이걸 쓰지 못해서 불안해하느니 그냥 오버스럽게 사는 편을 낫다는 내 선택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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