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종이신문 구독

재택근무가 불러온 변화

by 보라구름


올해는 1월을 제외하고 2월부터 현재까지 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무한 날보다 재택근무를 한 날이 더 많다. 이런 근무환경이 주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라 초반 한두 달은 적응하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2차로 길게 재택근무를 시작하고부터는 이전에 한번 해본 경험을 되살려 제법 빠르게 적응했다.


그리고 출퇴근으로 소모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하루 평균 길에서만 온전히 2시간 40여 분, 출근 준비에 30분 정도, 퇴근 후 집에서 일상 복귀에 10분 이렇게 잡으면 3시간 20분, 대략 3시간 30분이다.


책을 읽는다, 글을 쓴다도 이 시간에 포함이 되긴 했지만 뭔가 해오던 그것 말고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블로그 글을 훑어보던 중에, 종이신문 구독하기와 스크랩하기 포스팅을 읽게 되었다. 취업 준비를 위한 시사 상식을 넓히기 위해 취준생들이 하는 것이기도 했고, 학생들이 숙제로 하기도 했지만 그걸 보니 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인터넷 기사로만 접하던 뉴스들(포털에서 내가 원하는 신문들로 편집해 둔 화면 구성에 따른 것), 공중파 방송의 뉴스를 내킬 때마다 드는 것이 뭔가 성에 안 차던 것을 종이신문 구독으로 풀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칼럼을 모아 책으로 내는 경우도 여전히 많고, 신문마다 일반 기사 말고 기획 기사를 쓰기도 하니 그런 것들이 나에게 좋은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더불어, 소설 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데 소재 구하기 및 인물 이름 짓기(기사 찾아보다 보면 예상보다 특이한 이름이 더러 있다)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달되던 종이신문을 제외하고 내 의지로 구독 신청을 하는 건 처음이다. 그렇게 생애 첫 종이신문 구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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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 종류의 신문을 구독 신청했고, 스크랩해서 노트에 붙이면서 며칠이 지나고 난 뒤 추가로 1종의 신문을 더 구독하게 되었다. 의사 파업, 코로나 사태 등에 따른 굵직한 기사들과 사설, 기획 기사, 북 섹션 등을 흥미롭게 읽고 스크랩해둔 뒤 짧게 내 의견을 메모로 노트에 덧붙여두었다.


그러고 보니, 노트에 책이나 영화 등에 대한 감상을 적었던 게 대체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종이를 손에 들고 가위로 오려서 풀로 붙인 기억도 마찬가지. 디지털 시대에 웬 종이신문 구독이냐, 이러한 역행이 무슨 의미냐 싶기도 하지만 손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물론 번거로움은 있음)


시사, 경제, 정치 이런 쪽에 밝지 않고 굳이 그런 것에 일일이 관심을 둬야 하나 싶어, 아주 큰 이슈, 나와 관련된 이슈가 아닌 이상은 별로 주의를 기울여 알아보려는 노력을 한 적 없이 살아온 터라 어쩌면 이런 종이신문 구독과 스크랩, 메모는 내 생활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뚜렷한 변화를 스스로 느끼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아침의 풍경이 항상 동일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신문 2종을 받아서 펴 든다. 1차로 훑고 스크랩할 기사를 점찍어 둔다. 가위를 들고 오린 다음, 노트에 붙이고 메모를 적는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훼방꾼들이 있다.


종이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따뜻함을 몹시 사랑하는 고양이들인데, 나의 아침 풍경에 항상 함께하고 있어서 공존을 택했다. 책상에 올라와 앉은 녀석들을 들어서 내려봤자 다시 올라오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냥 좋아하는 걸 하게 내버려 두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는 내 팔 위엔 녀석의 꼬리가 얹힌 채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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