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죽기를 결심했던 날

돌아가신 아빠가 나를 지켜줬다

by 보라구름
약해서 그래, 다. 멘탈이 약한 거야.
난 네가 강한 줄 알았는데?
내가 알던 너는 지금의 네가 아닌가 보네?



뉴스에 들려오는 업무 상 발생한 여러 가지 일(직장 내외의 온갖 언어폭력 포함)로 인해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언어폭력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그러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누칼협? 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 신체에 상해를 입힌 건가? 물리적인 협박과 폭력행사만큼이나 언어적, 정신적인 폭력과 스트레스도 사람이 스스로 삶을 놓을 만큼 끔찍한 폭력이라는 것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서두에 모아둔 저런 표현을 하는 것이겠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 사람은 아무렇지 않다는데 왜 너는 그렇게 힘들어해? 이런 질문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감정반응을 한다는 전제를 한 질문이라 공장에서 찍어낸 기계가 아닌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할 질문이 맞나 싶다. 저 질문의 속내는 사실 다들 저렇게 견디고 참는데 넌 왜 유난이냐? 일지도.


죽을 용기로 살지, 복수를 해야지 왜 죽어!


이런 말도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는다. 피가 흐르고 어딘가 부러지고, 멍이 들어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상처가 아닌 정신적 상해는 공감을 얻기가 힘든 면이 있다.


이전에도 많이 힘들 때면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은 상태로 모든 게 끝나있기를 바랐던 적이 분명 있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눈물이 흘러 제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꿈에서도 죽으려고 했던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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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에서의 나는 의식적으로 이제 다 괜찮아질 거라 여기며 기분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집 지하실로 내려가며 이제 그냥 다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하실에서 잠시 머물다가 일단 내 방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위층으로 올라왔다.


걱정 가득한 눈빛을 한 아빠는 내가 지하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 지켜보고 계셨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지만 괜찮은지 묻는 대신 그냥 일상적인 말 몇 마디를 건네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아빠가 있는 방으로 같이 들어갔다. 꿈에서도 아빠는 몸이 좋지 않았다. 투병하시던 때처럼 몸이 너무 쇠약하고 말라 있었고 기운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으려던 나는 아빠와 이야기하다가 너무 야윈 아빠의 몸을 보고 다리를, 발을 주물러 드렸다. 할 수 있는 한 힘껏.


괜찮아, 이제 다리에 감각이 잘 없어서 그렇게 세게 주무르지 않아도 돼. 괜찮아. 주무르지 않아도 돼. 힘없이 미소를 겨우 짓던 아빠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내용의 에피소드가 뒤섞여 나오다가 꿈에서 깼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아빠와 대화했던 날 나는 아빠의 다리를 주물러드렸었다.


요즘 자다가 깨면 대부분 비슷한 시각, 새벽 네 시. 자살하려는 꿈을 꾼 날도 비슷한 시각에 눈이 떠졌다. 꿈속의 감정들이 밀려와 잠에서 깨자 곧 눈물이 흘러내렸다. 약 먹고, 일을 쉬고,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이내 좋아질 상태가 아니라는 자각이 찾아왔다.


꿈속의 상황은 내 무의식 안의 것들이 의식에게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본다. 네가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라는 외침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내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분투는,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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