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면
지난 진료 중 병원 상담실에서 연신 울먹거리고, 흐느끼면서 휴지를 손에 틀어쥐고 겨우 말을 이어갔다. 진단서를 받던 날이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 중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분도 있고, 약간 있는 분도 있고, 상황에 따라 드러나는 분도 있는데 내 주치의 선생님은 후자 쪽이다. 그래서였는지 선생님의 얼굴도 그날은 많이 어두웠고 걱정이 많이 담겨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진단서와 입원 문의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불안감과 무력감,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면 입원이라도 할 각오였다. 안 그러면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제어가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간단한 수술로도 입원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입원 그 자체가 또 불안을 야기했다. 낯선 공간에서 숙식을 하고, 주기적으로 약을 먹고, 진료를 받으며 환자복을 입고 지내는 모습을 상상하니 두려워졌다.
입원을 문의하며 주치의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저, 자발적인 입원을 하게 되면 퇴원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가요? 만약 입원은 자발적으로 했는데 퇴원은 그게 안된다면 그러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발적 입원의 경우 자발적 퇴원도 가능하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다, 나는 병원에 끌려간 게 아니니까 내 발로 가게 되는 거니까 나올 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그게 왜 공포스러웠을까?
친오빠가 정신병원에 끌려갔던(강제입원) 일 때문이었으리라. 당시 오빠는 조현병이 심각했고, 엄마와 아빠 나에게 모두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발로 걷어차였고 아빠를 칼로 찌르려고 해서 그걸 막다가 엄마가 손에 상처를 입어 응급실로 가서 꿰매기도 했다.
이미 한참 지난 일이지만, 그 일 때문에 정신병원 입원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정신병원 입원은 개방병동 입원과 폐쇄병동 입원 두 가지로 나뉘는데 자발적 입원은 개방병동 입원이고 의사가 진료를 통해 상태를 판단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입/퇴원에 강제성은 없다.
진단서를 내고 휴직을 하기로 결정하고서도 일주일을 더 일 해야 했다. 사람이 없다는 이유 + 업무를 인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일주일을 울면서 버텼다. 대신 일을 맡아준 동료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고, 일하다 말고 흐르는 눈물은 닦아 가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일을 쉬고 나서 며칠 지나자마자 상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입원할 병원을 당장 알아볼 수고는 덜 수 있었지만 언제든 나빠질 수는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긴 해야 했다. 그래, 입원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면 그것도 하면 되는 거야. 나 자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