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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Oct 07. 2015

홍익문고를 부탁해

서점의 추억

신촌역 앞 홍익문고의 오늘 모습, 오늘처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있어주길

 한 때 홍익문고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홍익문고 자리에 초고층 숙박시설 또는 상업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였다. 서대문구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반대했고 결국 서대문구청장은 홍익문고를 지키자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벌써 3년  전쯤 일이다. 어쨌거나 현재까지 홍익문고는 살아남아 있다. 가끔 들러보면 사람이 많지 않아 머쓱해져서 나오곤 하는 서점. 인터넷에서 사은품도 받아가며, 집 앞까지 택배로 받아보는 맛은 잠시 접어두고 이따금 직접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싶을 때 들르게 되는 홍익문고.


 오늘은 우연히 길 건너 편에서 홍익문고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을 일이 생겼다.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홍익문고가 든든하면서 애처롭게 느껴졌달까.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마포구와 서대문구에 상당수의 소형 서점들이 새로 문을 열기도 했다.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소규모 동네서점과는 또 다르게 홍익문고가 갖는 지역적 상징성이 있다. 홍익문고는 사실 조금 전에 언급한 동네 서점의 범주에 넣기에는 규모가 크다. 비록 예전에 비해 매출 규모는 현저하게 떨어졌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홍익문고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조금 더 붐비더라도 그 옆의 맥도널드에서 보자고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이제는 자취를 감춘 종로서적이 생각났다. 구석구석의 코너를 돌며 층계를 오르내리는 수고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종로문고에서 보자고만 약속을 잡아도 서가 안 어딘가에서 보려던 사람을 만나곤 했던 추억이 사라져서 씁쓸하다는 어떤 문인의 에피소드가 떠올라 콧날이 시큰해졌다.


 볕 좋은 오후, 홍익문고 맞은편에서 아이폰으로 사진을 담으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다. 홍익문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이런저런 '문고'들이 오래 살아남아주기를 바란다.


신촌아, 반세기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신촌 유일의 종합서점 홍익문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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