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목욕값일까?

넌 내게 목욕값을 줬어?

by 보라구름

어쩌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봤다. 한 먹방 유투버의 회사 이야기가 나왔고 10명이 안 되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이사의 연봉이 1억 4천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진행자들은 프로그램 콘셉트와 달리 사장님 편을 들기도 하고, 저 정도면 나는 뺨도 내준다는 멘트까지 했다. 물론, 그 말을 한 진행자는 연 1억 4천보다 훨씬 더 수입이 많을 것이며 이런 멘트는 예능이니까 과장해서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멘트를 보면서 평소 같았으면 아마 나도 그냥 웃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뺨을 내준다는 멘트는 너무 오버 아냐? 정도로만 생각하고 별로 담아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프로그램의 소개를 보니 이렇게 되어 있다.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


그렇구나. 취지가 나쁘지 않네. 취지에 따른 성과는 모르겠지만.


방송이니까 카메라 앞에서 질책당하는 건 다반사고,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도 공개적으로 질책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보스의 조직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고 아마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간에 흔하게 벌어지는 일상과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욕받이가 되곤 하는 고객 응대 직종 종사자들도 한탄과 푸념을 담아 욕을 듣는 게(정말 입에 담지 못할 욕은 요즘은 줄었으리라 믿는다, 회사에 대한 불만과 짜증이 담긴 부정적인 피드백이길) 월급에 포함된 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조직 외부의 상대에게 듣거나, 내부의 상대에게 듣거나 여하튼 월급에 그런 게 포함된 게 맞는 건가?


요즘에도 여전히 기사에 나오는, 주민 대표가 아파트 경비원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주는 돈으로 월급 받으니까..'로 시작해서 그 뒤에는 어이없는 말들을 갖다 붙인다. 심지어 노비라는 소리도 한다고 하니 2023년 캘린더의 숫자를 다시 보게 만든다.


남의 돈 받는 사람들(누군가에게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그 돈을 받기 때문에 ~한 상황들은 감내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정말 그럴까? 연봉이 2억이면 그 이상의 것도 감내하는 게 당연할까? 역으로 연봉이 최저임금과 비슷하다면 감내할 이유가 없어질까? 참아야 할 이유가 받는 돈에 정비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반비례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상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유토피아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완벽하게 이상적인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수평적 조직임을 강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안의 서열이 명확해질 때가 있다. 회사는 윗사람, 아랫사람이 존재하는 조직이다. 회사뿐만이 아닌 상하관계가 성립하는 모든 관계에서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랫사람인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로 그 사람의 인격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뉴스를 검색해 보면 여전히 직원들에게 강요, 협박, 추행을 일삼고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 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이런 일이.. 를 자동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법에 저촉될 만한 행동(성추행(동성이성 막론), 욕설, 고용유지에 대한 협박)을 해야만 괴롭힘이고 상대를 모욕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 대상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최악인 대상이 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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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에는 모욕을 당해도 참아야 하는 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수치심과 모멸감을 동원하여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그것을 무기로 구성원들을 휘어잡는 게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리더와 일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일할 맛 나는 일터란 것은, (당연하게도) 상호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지 않을까? '주인 의식'을 가지고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시킨 일을 한다는 생각 대신에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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