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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Feb 28. 2024

낭독의 발견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대부분 놀란다고 한다. 나도 녹음된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놀랐다. 부끄럽지만 녹음된 목소리가 좋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서 놀랐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대부분은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고 민망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트위치 방송도 얼마간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비디오 없이 오디오만으로 혼자 일상 이야기 방송을 하고, 비디오 방송을 할 때는 타로카드 리딩을 했다. 두어 시간 정도 방송을 하고 나면 활기가 넘쳤고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다. 스푼 라디오도 시험 삼아 방송을 해봤고, 그때도 마찬가지로 방송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J님의 제안으로 오디오북 녹음 스튜디오에 방문하게 되었다. J님의 오디오북 녹음을 지켜보며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성우 교육, 구연동화 교육도 받고 이전에 리포터 활동도 했던 J님은 프로답게 녹음을 마쳤다. 와, 오디오북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감탄을 하며 마냥 신기해하던 내게 내가 쓴 글을 직접 낭독하여 녹음을 해보라는 것이 아닌가! 



 브런치에서 녹음할 만한 글을 찾아서 한 편 낭독해 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경직되게 읽어서 좀 더 부드럽게 대화하듯이 읽으면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을 생각하고 읽었다. 읽다 보니 한 부분에서 유독 꼬이게 되었는데 그건 문장을 제대로 다듬어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퇴고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이 정말 제대로 퇴고하는 방법이라는 사실도 증명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짧은 내 글을 낭독하고 난 뒤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봤다. 발음이 좀 불명확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체로 생각보다는 괜찮게 나온 것 같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J님의 코멘트를 기다렸다. 


 오, 자질이 있는데요? 발음 부분은 입모양을 크게 하면서 교정할 수 있어요. 틀리지 않으려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읽고 틀리면 조금 텀을 두고 그 부분부터 다시 녹음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처음인데 이 정도면 잘한 거예요.



 저절로 입이 귀에 걸리면서 신이 났다. 와, 나 칭찬받았어!  오늘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읽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마이크 앞에서 낭독할 때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나를 휘감고 지나갔다. 이렇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녹음을 완성하고, 잡음을 제거한 뒤 목소리에 맞는 필터를 찾아 편집하고 나면 비로소 오디오북이 완성된다고 한다. 어쩌면 내 글을 내 목소리로 낭독한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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