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형 서바이벌에 빠지다
*프로그램의 회차별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없지만 약간의 스포는 있습니다.
ott 서비스 이용 다이어트 때문에 웨이브도 추가 연장을 하지 않아서 못 보는 줄 알았지만 확인해 보니 5월까지 이용 기간이 남아 있었다. 오호, 웨이브에서 그럼 뭘 볼까? 검색을 좀 해보다가 조금 독특한 이름의 서바이벌을 찾았다. 사상검증 구역: 더 커뮤니티. 이게 대체 뭐야?
음, 최대한 쉽게 설명하면 마피아 게임과 유사하다. 거기에 피의 게임도 일부 들어가 있고, 지니어스도. ㅎㅎ 하지만 그렇게 이것저것 뒤섞어 놓은 것은 결코 아닌 매우 독창적인 서바이벌 예능이다. 프로그램 이름에서 나와 있듯이 출연자들이 형성한 하나의 커뮤니티가 마치 작은 국가처럼 기능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출연자 중에는 현역 정치인도 2명이나 있다. 이들이 벌이는 토론과 유세 장면은 실제 선거에서 치러지는 토론이나 유세와도 비슷하거니와 다루는 내용도 수준이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 소속인데 매번 으르렁대는 것 같아도 대화가 통하고 인간적으로는 또 친한 모습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이제 거의 안 하지만 한참 빠져들었을 때는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똘똘 뭉쳐서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적대시하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았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임라인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게 좋기도 했지만 아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볼 수조차 없어진 공간이 된 것은 정보의 불균형, 사고의 불균형을 초래하기 딱 좋은 구조였다.
대부분의 서바이벌이 뒤로 갈수록 소수의 인원이 연합을 짜고 서로 뭉쳐서 다른 편을 집단 공격하거나 공격을 받는 자기 연합을 수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더 커뮤니티도 그런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으면서도 세부 사항은 또 다르다. 분열을 일으키려는 불순분자를 찾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모습에서 인간이 불안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아무튼, 11회 차이고 분량도 어마어마한데 이걸 이틀에 몰아서 보느라 허리가 작살났다. 그만큼 과몰입했다는 이야긴데 내가 이 정도로 몰입한 서바이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꿀 잼 그 자체였다.
조금 더 진중한 토론이나,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혀보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보고 넘어가도 될 만큼 훌륭한 기획과 진행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출연진 중 한 명인 테드: 천재 이승국의 유튜브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한 피디와 나눈 대화를 올린 에피소드를 봤다.
https://youtu.be/NUviO_w8tVA?si=9O8VpL9xPw4YP6qe
하, 제발 시즌 2 만들어줘요!!! 그리고 홍보 좀 열심해해요 웨이브. 이 좋은 걸 나만 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