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빌런에게 고통받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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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오피스에도 빌런 총량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다면 바로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직장 생활 1n 년 차가 넘어가면 말 그대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상태가 된다. 나 역시 그런 편이라 목차의 빌런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기도 했고 절레절레하며 혀를 내두르기로 했다.


회사 규모의 크고 작음에 따라 다름은 있겠지만 보편적인 한국 직장 생활의 기준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시간 약속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가장 초보적인 빌런일 듯싶다. 근태가 고무줄처럼 유연하다 못해 엿가락처럼 마음대로 늘어지는 사람, 회의 시간은 대놓고 지각하는 회의 주최자(그리고 그게 당연히 자신이 가장 높은 직급이므로 형식적인 사과만 할 뿐 당연하다고 여기기도 함)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손톱 깎는 사람도 정말 목차에 있어서 놀랐다.(다행히 아직 발톱 깎는 빌런 등급은 조우하지 못했다.)


회사의 비품, 간식을 소소하게 횡령하는 소확횡은 말할 것도 없고 거대한 장바구니에 아예 싹쓸이하듯 담아 가는 직원도 본 적이 있다. 규모가 상당해서 이거 이 정도면 절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남의 자리에 놓인 비품을 아무런 말도 없이 가져다 쓰고 돌려주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아, 여기까지만 쓰고 봐도 아직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암울한 미래만 그리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본격 빌런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은 이런 빌런들을 모아서 까는데 혈안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에피소드마다 '이런 빌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빌런에게 배울 게 있다면'을 넣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교사 삼아서 자신을 점검하기도 하고, 그런 행동이 객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 준다.


설마, 그럴 리가, 믿을 수 없어.... 를 연발하게 하는 오피스 빌런 종합세트가 맞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자신이 빌런이라는 걸 자각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빌런을 보고 험담 또는 제재만 하기보다는 세련된 대응을 통해 이런 행동을 줄여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일상의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시간이 조금은 덜 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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