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출판사에 하고 싶을 정도로 그동안 PMS를 전문적으로, 제대로 다루는 책이 거의 없었다. 여전히 생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껄끄럽게 느껴지고 자꾸 돌려 말하기 화법을 쓴다. 그날이라거나, 마법이라거나.(대체 그날은 뭐고 마법은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생리용품을 두고 위생용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위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저자는 인도 출신의 여성으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고 있는 내가 속속들이 공감할 정도로 아주 비슷한 경험치를 갖고 있다.
PMS(Pre-menstrual syndrome)은 생리 전 증후군을 말한다. 흔히 생리 기간에 사람 정신을 쏙 빼놓게 하는 생리통과는 다른 것을 뜻한다. 이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것으로는 월경 전 불쾌 장애인 PMDD(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가 있다. 의사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 증상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고통을 참기만 하면서 그저 그 시기가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사람들이 많다.
신체적, 감정적 증상이 모두 동반되며 흔히 알려진 요통, 가슴 통증, 붓기 등의 신체증상과 더불어 정신적 증상으로는 브레인 포그(집중이 어려운 상태) 및 성격장애인 양극성 장애나 경계선 장애로 혼동할 수 있을 만큼 자살 충동이 들거나 감정이 널을 뛰고 컨트롤이 아예 불가능한 괴로운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스스로 미친 건가 의심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다가 생리를 시작하고 나면 점차 가라앉는다.
이런 끔찍한 고통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증상을 살펴보고 신체적인 증상과 정신적인 증상을 체크하고 산부인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진단을 받고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받거나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기분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사소한 일 하나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이 치솟고 피로함, 수면장애 등 우울증의 신호가 보이기도 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고 이는 세로토닌의 급감을 불러온다. 그래서 정신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거나 약을 처방받는 것이 곤란하다면 식습관 개선, 민간요법(아로마 오일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프리페민이라는 약을 먹어보는 것도 좋다. 매일 빼먹지 말고 3개월간 먹어야 하지만 호르몬 관련 약이라면 대부분 그렇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히 어려운 복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스로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면 매일 약 한 알을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지 않은가.
이 책으로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자괴감에 빠지거나 말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지 않게 되기를, 나아가서 PMS와 PMDD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