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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Jul 08. 2024

그냥 생활, 근황

 매일 글을 올렸던 브런치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고 지낸 지 꽤 되었다. 그 사이 어느 분은 댓글을 달았다가 지우고 가시기도 했고(글은 안 남기지만 브런치 알림은 오고 있어요오...), 감사한 댓글도 있었지만 답글조차 달 수 없어서 그냥 알림만 확인하는 그런 날들을 보냈다. 


 극장에 가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봤고, 오랜만에 야구장 직관도 했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좋은 사람과 맛난 것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를 것 없는 그냥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이 조금씩 뿌려진 일상이었는데 속으로는 좀 먹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글 한 줄 쓰는 게 어려웠고 답글조차 힘에 부쳐 쓸 수 없었다.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희망이 부서지는 걸 견디는 게 힘들다.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일에 몰두하는  것도 이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몸이 아파도 아득바득 일을 하는 내가 답답하고 무섭기도 하다. 허리가 너무 아파 굽히는 게 힘들어 세수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형외과에 갔고,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찍은 뒤 물리치료를 받았다. 염증 치료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와서 먹었지만 바로 차도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메시지와 메일에 바로바로 답을 하고, 하기로 한 일을 기한 안에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한다는 게 씁쓸하지만 뭐라도 할 수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이 다행이기도 한 그런 근황이다. 



 잡문이나 댓글도 못 썼으니 원고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몸이 너무 아파서 당연한 일상이 무너지고(세수하는 게 힘들고, 양말 신는 것도 괴롭고, 침대에서 기어서 일어나야 하고, 허리 굽혀 뭔가를 하는 모든 일에 고통이..)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나는 이렇게 즉각적이고 끔찍한 고통을 몸으로 알려줘야 내 상태(몸과 마음)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스스로를 둔감화시키는구나. 그래서였을까. 많이들 감동하고 울기도 했다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면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서 허탈했다. 나는 최대한 감정의 통로를 차단하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기에.


 그래, 갑자기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잘 돌보면서 살피고 느낄 수 있게 될 리 만무하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허리가 나를 살렸다. 이 정도로 아프게 해야만 알 수 있는 나라서 스스로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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