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구름 May 04. 2024

호르몬의 농간

생리 전 증후군 


 오랜 기간 PMS(Pre-menstrual syndrome_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왔다. 일주일에서 길게는 이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극도의 불안과 우울감, 불면증, 자살사고, 짜증, 분노에 휩쓸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미칠듯한 배고픔이 몰려와 허기 자체가 공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갈수록 미쳐 날뛰는 호르몬 때문에 그 농간에 놀아나다 지쳐 더는 참을 수 없겠다 싶어 방법을 찾다가 드디어 내게 맞는 약을 만났다. 프리페민! 사실 이와 비슷한 다른 약이 있는지도 모른 채 이 약을 일단 먹어보기로 하고 2개월 동안 복용한 거라 다른 약과 비교는 못하겠다. 


 다만 1개월째는 이게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쏭달쏭한 수준이었는데 2개월째에 들어서니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생리로 인한 온갖 통증(복통, 요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통증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줄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정서적인 안정감은 명확하게 좋아졌다. 안에서  들짐승 여러 마리가 서로 잡아 죽이겠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짧아졌던 주기도 하루 더 늘어나 원래 주기에 가까워졌다. 


 프리페민만 복용한 것은 아니고 주치의와 상의해서 폭세틴(프로작)을 같이 복용했다. 호르몬 치료제도 그렇고 우울증 치료제도 그렇고 약이 몸에 쌓여서 작용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이틀, 사나흘 먹었다고 갑자기 차도가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히 복용했던 게 2개월째가 되어서 효과가 조금씩 드러난 것 같다. 아직 프리페민 한 달 치가 남았고(보통 3개월치가 한 박스에 들어있고 3개월은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함) 다음 달도 더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열심히 약을 먹고 있다. 

 *프리페민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하며 한 박스에 보통 6만 원 선인데 3개월치 분량임 

**폭세틴(프로작)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 가능하고 우울증 뿐 아니라 PMS 치료제로도 쓰임 



 내가 진짜 미쳐가나? 이렇게 널뛰는 감정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지? 이런 걱정에서 놓여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심이 된다. 하, 진작에 약을 먹으면 되었을 것을 싶다가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싶다. 


 어이 호르몬, 너 이제 딱 걸렸어! 너에게 놀아날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300개의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