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팬케익? 아 핫케이크. 핫케잌! 그렇다 자동반사적으로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을 곰표..백설표.. 핫케잌 믹스. 바로 그거다.
어린 시절 아마도 중학생 때쯤 갑자기 핫케잌 만들기에 꽂혀서 믹스 봉지를 두 개인가 세 개 정도 다 털어 쓸 만큼 열심히 핫케잌을 만들어서 가족을 위해 식탁에 놓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정작 기름 냄새 맡으며 열심히 부엌에서 구워댄 나는 맛보기 또는 탄 것 조금만 먹고는 아예 못 먹었다.(네, 나중에 알았죠 어머님들이 요리하시면서 대부분 이렇다는 걸) 그렇지만 맛있게 먹고 접시를 싹 비운 가족의 반응에 신이 났다.
핫케잌과 팬케익은 같은 거 맞지? 책 표지 그림만 봤을 때는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책을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이름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두었다. 용례도 들고 사전도 펴고, 검색도 하고 등등. 아 그런데 어쩌나 나는 여전히 핫케잌이 편한데. 맞춤법 틀리다는 거 아는데 아직 곰표는 그렇게 표기한 믹스를 판다.
책은 저자의 필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여러 분야에 나눠 뽐내고 있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팬케이크에 대한 논문도 인용하고, 이슬아 작가의 글도 불러와 일부 수정하여 팬케이크에 맞게 작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팬케이크 데이(그런 게 존재한다!)를 기념하여 저자가 직접 팬에 케이크를 담고 달리기를 하는 사진까지 실려있다.
게다가 예상했던 대로 저자가 방문한 팬케이크 맛집도 실려 있었고, 혹시나 비건인 사람들이 팬케익을 즐기지 못할까 싶어 비건을 위한 팬케익 만들기 레시피도 담아두었다. 이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널리 알리고 그걸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느 한 장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저자의 필력은 가볍게 팔랑거리는듯싶다가도 묵직한 한방을 날리고 중간에 잽도 쉬지 않고 날려서 결국 링 위에서 독자를 케이오시킨다. 긍정적인 의미로 독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두 손을 들고 외치게 된다. 네, 저는 이제 팬케익을 먹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추억 속의 핫케잌이 있어서 좀 난처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다. 곰표 핫케잌가루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는 핫케잌이라고 하고 밖에 나가 맛집을 찾아서 먹을 때는 팬케익을 먹었다고 해야지!
*저자만 매력적인 게 아니라 책을 낸 출판사의 마케터도 매력적이다. 이름을 가릴까 하다가 일 잘하는 분은 홍보해야 할 듯하여 가리지 않고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