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협동조합이란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아니다. 그래도 생활협동조합은 마트라고 인식해서 알려지긴 했지만 의료협동조합은 여전히 낯설다. 꽤 오래전에 제너럴 닥터 의료생협에 가입했고 활동도 나름 열심히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렇지 못한 일들이 생기기 쉽다는 것. 그리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제너럴 닥터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가슴 아프고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추억으로 잘 묻어두었다.
그렇기에 살림 의료협동조합에 대해서도 나름 굳은살 박인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 뭐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써 내려간 글들을 묶은 책이라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부침과 힘겨움을 딛고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먹먹해지기도 했다.
같이 모여서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챙기고(불달_불광천 달리기, 다짐, 등산), 아픈 사람들을 함께 돌본다. 같이 모여서 훌라댄스도 추다가 결혼식과 장례식도 준비하는 말 그대로 정말 공동체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며 책장을 넘기면서 슬픈 예감이 맞지 않기를 바라고 바랐건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활동을 그만두는 이야기, 사업을 접으려고 해도 접을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뼈 때리는 말인데 정말 맞음, 뭔가 접어본 사람은 아는 그 느낌)가 있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긴 처음부터 유토피아와 같은 공동체 생활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고 있습니다 와 같은 해피엔딩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살림 의료협동조합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어 주는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족 구성원을 병으로 잃고, 투병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회가 얼마나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잘 알 것이다. 그렇게 심각한 병을 앓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돌봄을 챙겨주고 건강을 챙겨주면서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협동조합이 필요한 것. 내가 거주지가 멀어서 가입하기 어렵다고 하기에는 지방에 거주하면서도 조합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계실 테니 핑계려나 싶다. 그래, 솔직히 아직은 이전의 의료생협 기억이 아프게 남아 있어서 선뜻 가입하기를 눌러보지 못하지만 조금 더 고민하고 가입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도 정말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꼭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