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한 작가가 떠올라 근황이 궁금해져 검색해 봤다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정확하게 사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스스로 선택한 것 같았고, 최근 작품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라서 찾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2형 양극성장애(우울+경조증)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일까. 나아졌다가 다시 더 가라앉는 반복의 고통이 떠올라서일까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10년 전 일기도 아니고 17년 전 일기를 보는데 현재 나를 괴롭히는 문제와 고통이 17년 전에도 너무 비슷한 상태로 존재했다는 걸 알고 나니 힘이 빠진다. 약도 10년 넘게 복용할 만큼 꾸준히 치료했고, 별도로 상담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약이 건네준 어마어마한 체중증가, 대사이상, 피부발진, 무기력도 함께 찾아왔다.
한밤에 울면서 자살예방센터 상담을 하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이렇게나 오래 먹는 약이 나를 더 망치는 것 같고 오랜 시간 나를 천천히 잠식하고 의존하게 만든 것 같아서 분노도 일었다. 물론 부작용만 있었던 것이 아니지만 타임라인을 되짚어 보니 얻은 것과 잃은 것의 대차대조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도 아니고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든다.
벤조계열 약의 장기복용이라 한 번에 단약 하면 안 되기에 서서히 용량을 줄이긴 했지만 여하튼 좀 빠른 기간 안에 단약을 해버렸고 덕분에 또 부작용으로 불면에 시달리고 있지만 필사적으로 수면패턴을 기록하고 어떻게든 수면 컨디션을 정상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 어차피 도돌이표에서 절망 속에 돌을 굴려 산으로 올라가는 상황이더라도 그 자체가 인생 아닐까 싶어 다시 나를 돌보려고 마음을 잡는다. 감정기록, 컨디션 기록, 수면상태 기록 이 세 가지를 붙들고 이제는 이것이 나를 구해줄 베이스가 되어주길 바라며.
감정어플 유료 버전도 써봤지만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하루의 감정을 한 번만 기록하게 되어 있어서 나처럼 아침, 낮, 저녁, 밤 기분이 각기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의 감정을 다 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수면의 질과 양을 유지하는 게 엄청나게 중요한데 이것 또한 같이 기록하고 통계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제미나이랑 상의해서 기록표를 시트로 만들었고 최대한 기록하기 쉽게 만들어서 쓰려고 한다.
전처럼 말도 안 되게 높은 목표를 세우고 매일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 있다. 하루의 여러 감정을 다 기록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하나라도 기록하고 메모를 남기자. 감정과 수면 다 기록하기 어려우면 둘 중 하나라도 하자. 매일 하지 못했다고 때려치우지 말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하면서 간단 메모라도 남기자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