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부메랑

by 보라구름

마철도 아닌데 요즘 비가 자주 내린다. 가뭄이 심했던지라 이 정도 비면 해갈이 되었을까 싶어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축축해지는 바짓단이나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귀찮음,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눅눅해지고 냄새가 나는 것 등... 결국, 투덜거리고 만다.


아니, 무슨 비가 이렇게 자주 와!


'빽~ '하고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말에

짝꿍이 이렇게 답한다.


수증기가 어디로 가겠어. 비로 오는 거지.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뭐, 과학적으로 따져 본다면 11월에 이렇게나 잦은 비 소식이 들리고 최고기온이 11월 중순 기준 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유는 엘니뇨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런 이유는 접어두고 나에게는 짝꿍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일단 생겨난 수증기는 갈 데가 없는 거다. 수증기는 구름이 될 수밖에 없고 구름은 비가 되어 내릴 수밖에 없다. 굴지성 호우로 단시간에 무섭게 쏟아지건, 촉촉하게 땅만 적시건, 그칠 듯 그칠 듯 그치지 않고 온종일 조금씩 내리건 한 번 생겨난 수증기는 어떤 형태로든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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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써봐야 결국은 내게 돌아올 무엇, 그 무엇이란 바로 내가 쌓아 올린 하루하루다. 과거라고 불리는 것.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은 어떻게든 나에게 돌아온다. 부메랑처럼. 다만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부메랑이라는 것.


기다리던 단비로, 지긋지긋한 장마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무시무시한 폭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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