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직장인입니까?

전쟁터 vs 지옥

by 보라구름

<리더가 리더에게> 이석우 / 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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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하는 게 꿈이 되어버린 청년을 봐야만 하는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 있다. 어렵게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 기회를 얻었더니 이번에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는 둥, 최근 있었던 집회에서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일을 두고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밝히라는 둥 사상검증을 요구하는 질문을 받아 내적 갈등을 겪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시대다.


그게 뭐라고, 대체 뭐라고 모두들 '직장인'이 되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 쳐야 하는 걸까?


직장인을 두고 머슴이라고도 하고, 사원증을 일컬어 개목걸이라고도 한다지만 머슴이 되더라도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님이 들어왔다가 스쳐라도 가줬으면, 개목걸이라도 걸고 다니며 출입증으로 써봤으면 하게 만드는 걸까?


먹고사는 일, 밥벌이란 수저 경쟁에서 특별히 우위를 선점한 일부 소수가 아니고서는 누구나 당면한 과제다. 부양가족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밥벌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원대한 꿈을 안고 오래 준비해서 창업을 하는 케이스보다 생계형 창업이 더 많은 현실이기도 한 것을 볼 때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정규직, 계약직 모두 합해 직장인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 책은 인터뷰 기사로 이루어져 있고 대상자는 대부분 삼성 또는 대우 등 대기업 출신의 임원급, 대표급의 사람들이다. 평사원에서 임원, 사장까지 올라간 케이스를 보며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었거나, 딛으려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도 삼성에 들어가서 목숨 바쳐 일하면 어느 날 회장님께서 헬기를 타고 날아와 내 관상을 한 번 보고 임원으로 승진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될까?


아니, 조금 더 영리한 독자라면 그런 환상 말고 이 책 곳곳에서 짚어주는 처세술에 밑줄을 그을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상사와 잘 지내는 방법, 팀장으로서 팀원을 나무라거나 독려하는 방법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며 자기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상사에 대한 비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은 점멸하고 있고 교통경찰이 수신호로 차들의 흐름을 관리하는 상태라고 받아들이라는 거다. 그 상황이 계속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 수신호로 차를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가 발생한 것이기에 우선은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무조건 신호등의 신호를 따라야 한다고 우기며 수신호를 거부한다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수신호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곧 신호등이 정상화되어 신호등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 올 거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 하라는 건 회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게 아니라 나에게 당장 주어진 일, 내 직급과 연차에 맞는 그 일을 주인의식을 가지고 하라는 거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 혹은 프로젝트의 한 파트는 내 일이니까. 회사는 사원의 소유가 아니다. 주식이나 지분을 가졌다면 딱 그만큼의 권리가 있을 뿐. 회사를 진짜 내 것으로(법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쓰는 게 옳다.


책의 제목이 리더가 리더에게인 까닭은 아마도 사원에서부터 리더가 된 사회의 선배들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예비 리더에게 라는 의미 이리라.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간에 리더의 수보다 리더가 아닌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다. 모두 다 리더가 되려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책 뒤표지에 어렸을 적 꿈이 직장인(회사원)이었던 사람은 없다고 카피가 적혀 있던데 정말 그럴까? 꿈 = 평범한 직장인(회사원)인 사람도 있고(있어야 하고) 그게 부끄럽거나 한심해 보여서는 더욱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 리더가 되겠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호우주의보, 대설주의보, 폭염주의보, 한파주의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더워 죽을 지경이거나, 추워 죽일 지경이거나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직장인 대부분의 공통적인 운명이다. 출근 시간에 밝고 활기차게 웃는 얼굴로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꽉 막힌 도로의 차 안에 있는 직장인을 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어깨들 위로 비슷비슷한 표정을 한 그들은 대한민국의 직장인. OECD 국가 중 2위로 근로시간인 긴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10년 넘게 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도 좋다. 누군가는 제일 쉬운 게 월급쟁이라고 하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1년간 평균 휴가 기간이 30일 가까이 될 때,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 이내가 될 때가 언제쯤 일지는 모르겠으나 최저임금이 서울에 있는 식당에서 한 끼 밥값을 치르기에도 빠듯한 것으로 보아 요원해 보이긴 한다.


이 책을 가장 요긴하게(?) 읽을 독자는 사회초년생이 아니라 대리~ 과장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직장생활의 맛을 보기 시작했고, 그 맛에 따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일 테니까. 직장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라고 하는데 사실 전쟁터나 지옥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전쟁터는 아군도 있고, 다치면 치료해줄 위생병이 있다는 게 다르다. 지옥은 그냥 지옥일 뿐이다.


지옥에 한 발을 담근 나로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직장생활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상사나 클라이언트를 꾹 참고 버텨야 하는 일이 일상이라면 자영업은 길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에게 되려 돈을 빌려 올 정도의 수완이 되어야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하겠다.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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