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憎이란 참 다루기 어려운 감정이다.
시간의 흐름에 감정을 담가 두면 어느새 憎이 희석되기도 하고
때로는 憎위에 愛가 코팅되기도 한다.
그러다 불쑥 예상치 못한 자극에
愛 코팅이 벗겨지거나
희석된 줄 알았던 憎이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앙금을 풀어
감정의 색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러기엔 삶의 한 시기를 너무 강렬하게 점유했던 愛憎.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조직일 경우 더 복잡한 처리 과정이 남는다.
한 시절, 너무 뜨거워서 화상으로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고
(실제로 몸에도 흉터가 남긴 했다. 피가 줄줄 흐르도록 다쳤지만
응급실에서 간단한 처치만 겨우 받고 바로 일을 했기에)
모멸감을 한 사발씩 마시며 견뎠던
그즈음이 떠올라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던 하루였다.
그때의 일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한동안은 괜찮았지만
미리 준비한 대답을 착실하게 한 단어씩 입 밖으로 내어놓았지만
내면의 바닥에서는 스멀스멀
당시 마셨던 모멸감이 부활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경험을 체에 잘 내려서 건질 것들을 골라낸다.
의외로 손에 쥔 것이 여럿 있다.
적어도 허탈하지 않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무의미 만큼 잔인한 시절이 또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