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번다는 것

내 알바의 역사 1- 카페, 그리고 첫사랑

by 보라구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이력서를 내야 한다는 것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며 처음 마주한 사실이었다. 이력서? 이력서에 대체 뭘 적어야 하지? 할 수 없이 이력서에 뭘 적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1년 다니다가 휴학. 거기서 멈춘 21살의 이력서에 뭘 적어야 하는 걸까. 당시 우리 집에는 나와 오빠 둘 다 대학 수업료를 내야 하는데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번갈아 휴학하기로 약속하고 내가 먼저 휴학을 한 상태였다.


** 고등학교 졸업, ** 대학교 **과 입학, 현재 휴학 중.


이렇게 적힌 이력서를 들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 이력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서빙이 그나마 도전해볼 만했다. 카페와 음식점 서빙 알바는 시급이 거의 비슷한데 음식점 서빙이 훨씬 힘들었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차비 들이고 이동 시간까지 들이는 건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비도 절약될 겸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카페였다. 사장은 접었고 카페에 자주 오지 않았으며 불필요한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 시급은 평균 수준이었고 아르바이트생이 나 혼자여서 손님이 몰리면 정신이 없었지만 대체로 괜찮았다.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서빙하고, 재료를 챙기고, 음악을 틀고 모든 게 다 내손을 거쳐야만 했다. 그래도 점점 익숙해져서 제법 빨리 일을 하게 되니 여유 시간이란 것이 생겼고 2~30분 정도라도 책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조용한 음악이 흐르던 카페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 요,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나의 첫사랑. 동시에, 나는 그 익숙한 얼굴이 왜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 얼굴 옆에는 너무나 안 어울리는 작고 둥그렇고 밉살맞아 보이는 여자애가 바짝 붙어서 오빠라고 쫑알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손님으로 왔으니 어쩔 수 없이 물을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아왔다. 주문받은 음료를 준비하려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심호흡을 열 번 넘게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만큼 떨리는 몸으로 음료를 들고 테이블로 가야만 했다. 하필, 그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카페 안의 복층이었다. 간신히 계단을 오르긴 했지만 테이블 근처에 다다를 무렵 우려했던 대로 쟁반에 있던 컵과 음료는 바닥을 추락해서 뒹굴었다. 마치 내 마음처럼, 창피하고 당황스럽게, 어쩔 줄 모르는 지경으로 뒹굴고 있었다.


중학교 때 온 마음을 다해 품었던 사람. 그런데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그가 재수생이던 시기에 다시 연락이 닿아 만났는데 그의 공부를 방해하는 것 같아 어렵게 마음을 접고 나중에 대학에 가서 서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더랬다. 후에 그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들었고 만나자는 연락이 있었지만 피하기만 했다. 만나고는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혼자 온갖 걱정을 사서 하다가 결국 만남을 피하고 말아 흐지부지 된 상태였는데 하필, 내가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 그가 올 줄이야. 그것도 여자 친구랑.


허둥지둥 치우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조금 울었던 것도 같다. 그가 내려와서 괜찮은지 살펴봐준 것도 같았다. 하지만 충격은 오래갔다. 그래, 역시 안 되는 거였어. 나는 시간당 얼마라도 벌겠다고 여기서 혼자 아등바등 일 하는데 저 사람은 용돈 받아 대학 다니면서 여자 친구랑 카페 놀이하러 다니는구나.


아, 다시는 동네에서 일하지 말아야지. 젠장! 젠장!! 이불 킥을 한 것으로 치면 이불에 먼지가 하나도 남지 않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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