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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 Violet Apr 18. 2020

관계하며 살아감에, 가족을 이루기 전에 생각할 것

서평#4,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X황현수/위즈덤하우스

p279



겉표지와 속표지. 특히 미니멀한 속표지의 감각이 취저.


이번에도 역시 다니는 독서모임에서 발제된 책이다. 혼자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 제목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느낀 건, 젠더 감수성 듬뿍이겠구나 내지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었다. 에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주관적인 관점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된 젠더/페미니즘이라면 읽고 싶지 않았다. 편향된 관점에서 일종의 혐오주의를 반영할 것이라 섣불리 색안경을 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제목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와 같이 사람으로서는 여자 두 명이서 한 집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각자의 관점에서 쓴 것이다. 각자의 글을 시간에 따라 교차 배치하여 함께 말하고 있는 듯 느껴지게 했고, 중간중간 사진과 짧은 코멘트를 달아 책 속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에 대해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책의 초반, 분자 가족이라는 가족의  형태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W2C4. 여자 두 명, 고양이 네 마리. (고양이도 성별이 있는데 왜 하나로 퉁쳤는지는 의문)  분자 가족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결합을 넘어, 두 명 이상이 가족과 같은 유대관계로 함께하는 관계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 하나하나를 원자라 한고 여자를 원자 W로 본다면 여자 둘이 함께 살 때는 W2가 되는 것이다. 그 이상, 더 다양한 결합(조립)이 있을 수도 있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라면 W1M1C2D1쯤 될 것이다. 혼자 살기와 결혼,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벗어난 한 가구를 꾸리는 개념의 탄생이라 보아도 될 듯하다.




함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공간의 가치를 공유하자는 슬로건의 회사'나 '유휴공간의 공유 정책연구'는 공유경제, 공유 플랫폼의 상승기에서 더 이상 생소한 개념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같은 시간, 긴 시간 동안 심지어 매우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적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상황이 나뉠 수 있다.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하는 것, 가족이 한 집에 사는 것, 부부가 한 침실을 공유하는 것 까지.

공간을 공유한다는 말의 의미터 다시 생각해 보자면, 그 공유하는 시간 속에는 항상 배려가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고,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점들에서 반성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주는 이 책에 가치를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 속의 문장


p035

다른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같이 생활하는 일은 여러모로 가르침을 준다. 세상에는 나와 아주 다른 성향과 선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내던 나의 성격과 특질의 도드라진 부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큰 배움은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p114

 싸우는 상황에서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잘잘못을 따지는 일로 받아들이고, 내 행동에 대한 해명을 하기 바빴다는 거다. 내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말했는지 나의 논리를 이해시키려고 해 보지만 상대방에게는 변명일 뿐이다.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가 되었어야 한다. 싸울 때조차 나의 중심은 나에게만 있었던 거다. 

> 연애는 관심 밖이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알찼고, 할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으니까.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다툼이 있었다. 당연히 내가 잘못한 경우도 많았다. 세상에, 난 내가 꽤 이성적이고 사리분별을 잘하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이기적일 줄이야.



p118

마음이 지치자 그 모든 것이 짜증과 분노로 돌아왔다. 사람이 너무 애쓰면 안 되는 법이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지만 저 깊은 곳에선 상대와 나에게 제 손으로 짐을 지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내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아주길 바랐던 거다. 왜 내가 베푸는 것들을 누리면서 그만큼 감사의 표현은 하지 않지? 왜 적어도 상응하는 만큼의 다른 배품을 내게 해 주지 않지?

... 말을 하기로 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네 생각을 읽는 게 아니지 않니. 말을 함으로써 쪼잔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내 자존심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유쾌하게 상대와 나의 노고를 함께 치하하기로 했다.



p119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그동안 서로가 서서히 내려놓은 것은 상대를 컨트롤하려는 마음이다....... 정확하게 얘기하고 그것을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대화가 틀어지면 공격적인 어투가 튀어나온다. 상대가 나와 같기를 바라는 아주 못되고 이기적인 바람에서다. '왜 나는 컨트롤당하고 싶지 않으면서 상대는 그래 주길 바라?'

존중 해 주자.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 않나, 상대는 나와 다른 환경에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온전히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립한 다른 개체다.  



p252

집안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사는 건 잔소리쟁이가 사는 것보다 천배는 동기 부여가 된다.

>함께 사는 사람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길 바라기 전에 생각해 보자. 나는 존경할 만한 사람인가?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 2년을 함께 산 후라 그 이상의 시간이 흘렀을 때의 상황이 궁금하다. 이 작가들의 SNS를 follow 했다. 그들의 함께하는 긍정적인 순간들이 점점 그들의 책에 힘을 실어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선 여자 둘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들의 고민과 생각의 전환, 배려는 비단 '분자 가족을 이루는 동거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혼을 해서 이룬 가족이던, 태어나 보니 이루어져 있던 가족이던, 이런 생각과 행동, 배려는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서 부모공부 또는 각 가족의 성격 편차에 관한 공부, 십 대의 자녀들에 대한 공부, 아직 젊거나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공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우 자연스러운 가족의 구성이었고 나이 듦이었다. 겪은 대로, 들은 대로 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어긋났고 반발이 생겼으며 상처를 주었다. 요즘은 아동심리,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 이런 책이 대중화되고 있다. 상대에게 한 발짝 더 내딛는 시도이고 노력을 하려는 것이다.



    이 이상으로, 우리는 관계하며 살아감에, 관계 속에 살아감에, (부모/함께 하는 반려자/함께 자란 형-누나-동생/그리고 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공부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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